황매산 1108m
위치:경상남도 합천군 대병면, 가회면 - 산청군 차황면
코스:금객동 -떡갈재 - 서북능선 -정상 -중봉 -북릉 -금객동
교통편: 서울-합천(서울남부터미널1일 5회운행) 첫차 10시 10분출발, 막차 4시 45분. 거리 356km, 소요시간 4시간 20분. 합천-대병면(금객동) 하루 5회 버스운행
숙박:국일장여관(합천군 대병면 유전리 0599-931-3399), 황강장여관(합천군 대병면 회양리 0599-931-5222)
문화재와 볼거리:영암사 쌍사자석등(보물 제 353호), 영암사 삼층석탑(보물 제 480호), 영암사 귀부(보물 제489호), 영암사지, 합천호
황매산 산행개념도
황매산 화보
황매산 슬라이드쇼
황매산 화보2
산행:
<> 사진, 별도화보 2개, 슬라이드 쇼, 지도, 산행기 포함 -->그래픽판
가야산을 바라보며 야로면으로 나온 다음 묘산면으로 꺾어돌아 거창쪽으로 가다가 봉산교를 건너면 다리아래로 합천호수의 푸른물이 보인다. 합천호는 이 부근에서 합천군 묘산면과 거창의 남상면의 협곡을 파고들어 가경을 연출한다. 지금은 갈수기로 물이 줄어들어 푸른물보다는 황토색으로 노출된 저수지물에 잠겼던 산사면이 더 많이 보이지만 만수가 되기만 하면 물과 산이 어울어지는 대단한 경치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봉산교부근은 모터보트등수상레저가 성행하는 이유를 알만도 했다. 봉산교에서 양지리 들목재를 지나면 조그마한 계곡이 나오는데 작은 폭포도 하나 보이고 개울물도 꽤 맑아보이는 유원지형계곡이다. 숲도 울창하고 산정상으로 패인 작은 골짜기들이며 지능선들이 꽤 오밀조밀한 것이 여름에는 알아주는 계곡인 모양이다. 여기서 대병면 하금천 계곡까지 저수지변을 따라 꼬불꼬불 달리는 도로 이곳저곳에 합천호를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포인트가 적지 않다. 길가에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여기저기 보이고 등산로를 안내하는 문구가 적힌 작은 간판들도 보이는 것으로 보아 동네사람들이 찾는 산들인 모양이다. 이 산들이 모두 아름다운 산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조망만은 아름다울 것이 분명하다. 유달리 계곡이 깊은 이 일대의 합천호는 축소판 피욜드(노르웨이의 협곡)들을 한군데 모아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황매산을 하금계곡에서 올라가기로 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결정한 코스는 아니다. 지난번 황매산을 오르려다 불순한 일기때문에 산행을 취소했을 때 구름사이로 보았던 황매산의 모습이 장엄 웅장해보였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떡갈재로 올라가 능선에서부터 정상까지 내내 철쭉이 만개한 산등성이를 밟았던 것은 매우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철쭉능선이라고 할만한 능선은 이 서북릉이 유일했고 다른 철쭉군락지는 넓은 산사면에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매산의 남쪽과 북쪽의 경관은 판이했다. 황매산정상에서 중봉(1105m)을 직선으로 연결했을때 산의북쪽은 우람한 능선, 다양산 지능선이 거칠게 아래로 뻗고 산록은 울창한 숲으로 뒤덮이고 있었으며 골짜기는 협착하면서도 깊게 패이고 지능선 군데군데에 회백색으로 드러난 단애가 있어서 고산준령의 행색이 완연하여 산기운이 엄청난 힘으로 가슴에 다가온다. 산괴의 에너지를 전신에 뻗치게 하는 역동적인 힘은 운주사(경기 포천)쪽에서 운악산을 올려다볼 때와 비슷하다. 물론 높이는 운악산보다 훨씬 높은1100미터를 넘는다. 결코 낮은 산이 아닌데다가 주봉에서 중봉까지는 3.3km에 이르는 주능선이 또렷하면서 삼봉이라는 암봉이 차례로 서있어서 산을 타는 맛도 있는 황매산은그냥 적당히 찾아보았다가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산이 아니었다. 그런데 주봉에 올라 산의 남쪽을 바라보면 중봉에서 주봉까지의 능선에 속한 계곡이 하나밖에 없고 그것은 계곡이라기 보다는 평평한 산록에 지나지 않아 산자락 중간에 넓은 목장이 자리잡고 있다. 주봉에서 남으로 흘러내린 능선 서쪽 차황리방향도 도로가 산 중턱까지 올라와 있는데 초가로 지은 집단시설지구 같은 곳이 보이고 주차장에는 차들이 주차해 있는 것이 빤히 내려다보인다.
대병면 금객동 합천호수변 길가에서 떡갈재로 올라가는 길은 산중턱까지는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있어서 차로 쉽게 올라갈 수 있다. 목장인지 농장인지가 고개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간 경사가 완만한 산록에 있어 포장도로가 생긴모양이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두군데로 나뉜다. 하나는 개울(다리는 아니나 밑으로 물이 흐른다)을 건너 급경사를 얼마간 올라간 다음 개울옆 송림에 이르기 직전 왼쪽 비포장도로가 낙엽송숲사이로 나있는데(왼쪽 황매산쪽으로 도로가 분기하는 곳은 이곳밖에 없다) 이 도로를 조금 들어가면 도로는 작은 숲속 오솔길로 바뀐다. 최근 이곳에 사방공사를 하고 있어서 짧은 도로가 생긴 모양이다. 황매산 올라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도로위쪽으로 조금 보이기도 하니까 이곳을 지나칠 염려는 없을 듯하다. 이 코스가 황매산의 서북능선의 어느부분에서 산길과 합류하는지 아니면 주봉에서 중봉으로 가는 길 중간 안부에서 합류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여간 이길은 또렷한데다 주봉에 다가가기 쉬운 코스인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또하나의 등산로는 큰길을 따라 떡갈재로 올라가는 코스이다. 꼬불꼬불 산록을 돌아갈 때는 찻깃을 질러가기도 하면서 1시간 가량 걸으면 떡갈재에 올라설 수 있다. 만일에 철쭉을 보는 것이 산행의 중요한 일정이라면 마치 지리산 바래봉처럼 숲이 없이 철쭉만이 만개한 능선봉에서 억만송이의 철쭉이 피어있는 광경을 보아야 황매산 철쭉을 보았다고 할 수 있는 서북능선으로 발길을 돌려야 할 것이다. 앞에서 말한 등산로는 골짜기로 들어감으로써 이 능선길을 보지못할 수도 있다. 떡갈재로 올라가는 길은 계곡너머 황매산 북사면의 울창한 수림과 거친 산세를 내내 바라보며 산행을 할 수 있지만 한여름에는 땡볕에 노출될 것이므로 권할만한 길이 못된다.
떡갈재에 올라와서 한숨 돌린 뒤 능선길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철쭉의 분홍빛 꽃잎이 소나무와 연초록 활엽수의 잎과 대조되어 눈이 부시다. 넓지는 않지만 철쭉은 때로는 띄엄띄엄, 때로는 연이어 길가를 환하게 하고 있다. 며칠전 철쭉제때 사람이 많이 다닌듯 하지만 평소때엔 별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지 않는 길임을 소매와 배낭을 귀찮을 정도로 긁어대는 철쭉가지등 관목가지가 증명해준다. 철쭉꽃의 색깔은 진분홍, 분홍, 백색에 가까운 연분홍이 있다. 이 연분홍 철쭉을 보면 어린시절 같은 동네에 시집간 중간 고모님이 친정에 다니러 왔을 때 입고 왔던 치마와 그 고모님이 수줍은 표정으로 담넘어로 집안을 살피다가 먼저 마당에 들어선 신랑의 핀잔(놀림)을 듣고 얼굴을 붉히던 광경이 늘 생각난다. 화장기 없이 화사하게 단장한 여인의얼굴색이다. 길가엔 억새도 많아 하얗게 마른 억새줄기와 어울리기도 하고 짙은 녹색의 소나무가지사이에서 붉게 빛을 발하기도 하고 연초록으로 물든 새닢사이에서 꽃송이를 빛내기도 하는데 길가의 이런 광경이 그럴 수 없이 정갈하여 겨우내 단색으로 물들어 있던 산행이 드디어 천연색으로 바뀌었구나 하고 실감한다. 거목은 보이지 않으나 빽빽한 철쭉숲, 억새, 다른 관목들이 자생하고 있는 이 산록의 좁은 오솔길은 어느 산길보다 운치가 있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거목 숲에서 나무둥치만 보고 걸어내려온 하산길과 지금 생각해도 대조적일 정도로 이 길은 수수하고 정감있는 산길이었다. 단애가 보이는 급경사를 올라가면 능선은 평탄해지고 황매산의 전모가 보이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그 때 시야에 들어온 것은 이태전에 본 바래봉에 다름 아니었다. 교목은 물론 관목도 없이 오직 철쭉꽃만 피어있는 둥그런 능선봉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밋밋한 산사면에 넓게 물든 분홍빛은 정상을 지나 능선을 따라 몇개의 봉우리를 솟구친 주봉능선으로 멀리 이어져 가고 있었다. 높이 960
왜 단장의 철쭉능선인가. 이 눈부신 천상의 꽃동산에서 가슴으로 몰려온 첫번째의 강열한 감정은 슬픔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에 625때 수많은 젊음이 흙으로 산화한 단장의 능선을 패로디해본 것이다. 많은 것은 사람을 슬프게 한다. 연인산의 눈이 그랬고 그리고 이번 철쭉능선의 수천만송이 철쭉이 또한 그러했다. 많은 것은 인간의 유한함을 각성케하는 요소가 된다. 언제까지나 이런 경관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인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5년? 10년? 나의 상상력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누가 내 손에 들어있는 천상의 화원 티켓을 뺏어가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다가온다. 15일은 월요일이라 이 서북능선에서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지상 최대의 철쭉화원중의 하나가 완전히 한사람의 정원사만 고용한 셈이었다. 왜 아무도 오지 않는가.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의 말미를 내어 이 능선에 서라. 그대 인생의 하루를 이 철쭉능선에 투자하라. 그리고 그것이 줄 이익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말라. 단지 이것만은 이야기해줄 수 있다. 당신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눈물겹게 고마워할 것이라는 것을.
사진: 철쭉능서 바라본 중봉

풀밭위의 식사(모네의 그림이름)가 아닌 철쭉꽃밭의 식사를 끝내고 황매산산줄기를 마른 억새줄기와 분홍의 철쭉꽃 위로 바라보니 그 경관은 좀체로 얻기(촬영하기) 힘든 경관임이 분명하다. 맨아래엔 분홍의 벨트를 이룬 철쭉 능선, 그위에 건초처럼 마른 억새줄기의 보이지 않는 하얀 불꽃 위로 황매산 산줄기가 길게 좌우로 펼쳐지고 있는데 그쪽은 구름 그늘이 져서 산줄기는 더욱그윽해보이고 그위는 하늘이다. 철쭉이 능선전체를 붉게 물들인 지금 그것도 황매산이 아니라면 언제 이런 경관을 찍을 수 있을 것인가. 바래봉의 경우에 지리산 줄기는 너무 멀다. 이 능선에서 황매산줄기를 바라본 거리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아 가장 적당했다. 그리고 이 능선이 주능선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주능선으로부터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뻗어있다는 것이 경관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고 나는 믿고 있다. 주능선에서 살짝 비켜서면 그 산의 진면목이 보이기 마련이다. 능선봉을 넘어 조금 내려가면서 본 다음 능선봉은 북쪽 사면이 더욱 붉고 더욱 빽빽한 철쭉 밭이다. 이곳 철쭉은 키가 무릎아래에 못미치는 난장이 철쭉이다. 바람맞이라 그런지 철쭉 키가 아주 작은 편인데 좁은 오솔길을 지나가려면 가지에 옷이 걸리고 하여 지나가기가 까다롭다.겨우내 분 삭풍에 단련될만큼 단련된 가지들이니 철쭉이 붙든다고 뿌리치지는 말일이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융단을 깔아놓은 것처럼 부드럽다. 이능선봉에선 모든 것이 넓고 광활하다. 하늘이 썩 맑지는 못하고 이내마저 농밀한 편이지만 황매산 일대는 시야에거침이 없는 반면 지리산 쪽은 매캐한 연막에 가려진듯 어둡고 침침하기만 하다. 산청쪽의 문필봉만이 어림될 뿐이다. 방향을 틀어 주능선쪽으로 조금 내려가는데 차황리 쪽으로 열린 계곡의 윗쪽 산록도 자지러질듯한 철쭉꽃밭이다. 정상쪽에서 사람소리가 들려온다. 오늘 처음 듣는 천성아닌 인어다. 차황리에서 올라온 사람들인 모양이다. 그들은 능선을 고수하고 있다. 먼빛으로만 북서능선의 분홍빛 융단을 바라보고있는 듯하다. 이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봉우리의 뒤편에 정상이 있고 왼쪽으로 보이는 긴 능선과 원형의 능선봉들은 삼봉이고 마지막 높은 봉우리가 1105m의 중봉이다. 억새줄기와 철쭉꽃 위로 삼봉과 중봉이 차례로 도열하고 있는듯한 지점이 나온다. 황매산 경관으로서는 이곳 경관이 또하나의 압권이다. 대체로 단조로웠을 황매산 능선을 다양하게 해주는 것은 삼봉의 암릉지대이다. 주능선으로 가까이 가는 동안 철쭉은 점점 꽃봉오리를 오므리고 있다. 이곳철쭉은 2,3일 늦게 필 모양이다. 만개를 향한 긴장감이 쪼글쪼글한 꽃봉오리에서 한껏 느껴지는 산록이다. 안부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위쪽으로는 나무와 풀의 색깔이 아래쪽 능선에 있는 나무나 초본류의 색깔보다 훨씬 엷다. 10분가량 된비알을 올라가니 주능선이다. 주능선일대의 날등에는 억새가 많다. 그래서 아직은 황갈색의 톤이 우세하다. 유난히 키가 작은 철쭉 중에는 피어있는 것도 있지만 대체로 봉오리만 맺혀있다. 서북능선을 내려다볼 수 있는 단애위에는 차황리에서 올라온 중년의 남녀 등산객들이 몰려있다가 한 사람만 빼고 내려가는 중이다. 4시가 가까워오는데 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그들은 어두워지고 있다고 하며 하산길을 재촉한다. 이들의 날씨감각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여기서 3.3km떨어져있는 중봉까지 갔다가 여차하면 되돌아와서 서북능선으로 내려가야 할 경우 6km이상을 걸어야할 판인데 이미 어두워지고 있다면 문제는 심각하지 않은가. 그러나 아직은 3시간 이상의 여유가 있다. 일몰시간이 늦춰진 요즘이다. 단애위에 혼자 남아 단애아래 붉게 물든 산록을 내려다보고 있던 중년의 한 등산객이 핸드폰을 꺼내들고 전화를 하는 소리가 귀결에 들린다. "와! 너무 좋다. 꽃이 너무 좋아 니한테 전화한다...." 애들 엄마에게 하는 전화인 것 같다. 그의 감탄사가 핸드폰을 통해 얼마만큼 절실하게 상대편에게 전해졌는지는 그의 톤의 강열함 이외에는 짐작할 수 있는 길이 없다. 어휘의 평범함에 비해 멀리 보이는 서북쪽 철쭉능선과 발아래 내려다 보이는 산록을 물들이고 분홍빛 카페트의 선열한 홍색은 너무도 아름다워 그 아저씨의 와! 어쩌고 하는 표현이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이 단애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정상이 있다. 정상은 암릉아래로 조금 걸어가서 바위위에 올라가면 된다. 정상에서는 정상보다 오히려 높아보이는 중봉이 저만치 보이는데 그쪽으로 가는 길이 만만해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산에서 멀리 보이는 길이 실제로는 이외로 가까울 때가 있는 것이 산의 마력이라는 것을 여러번 경험한 탓에서인지 이 중봉길이 그럴 것 같았다. 중간에 삼봉의 암봉구간이 있지만 요철의 높낮이는 그렇게 심하지 않은 것이 그런 느낌을 더해주었다. 아무리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이 능선을 생략하고 내려갈 수는 없었다. 장엄한 느낌을 주도록 능선은 동으로 묵중하게 뻗어있었고 장중한 음악이 피날레를 향해가듯 맨마지막에 봉우리도 수려한 암봉으로 솟아있는 중봉은 그 생긴 형세가 다이나믹했다. 정상과 중봉사이에 펼쳐져 있는 완만한 산사면엔 특별한 수림은 보이지 않고 관목숲이 우거진 속에 분홍빛 철쭉이 울긋불긋하다. 높낮이의 요철이 심하지 않은 능선이 양쪽끝에 하나씩 암봉을 솟구치고 있는 이런 경관을 가진 산은 심리적으로 호방한 느낌을 준다. 한봉우리에 올라서면 또한 봉우리가 손짓하는데 자신이 올라와 있는 봉우리와 지맥을 통해 연결되어 그 봉우리도 같이 올라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당연히 독립봉에 올라온 것과는 다른 느낌이 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봉우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누구도 말릴 수가 없는 것이다. 황매산 일대의 경남 서부지방은 비가 별로 오지 않았는지 사람이 많이 오는 능선에서는 먼지가 일 지경이다. 하지만 중봉 쪽으로 보이는 합천호와 남쪽으로 보이는 평탄한 산사면 지대등 시야는 광활하여 능선을 타는 맛이 각별하다. 삼봉으로 알려진 자그마한 봉우리 세개가 연이어진 능선은 황매산의 스카이라인을 다양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높은 암봉은 아니고 우회로도 있어서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암릉을 탈 경우에는 꽤 위험한 지대도 있는데 거기엔 로프가 매여져있어서 안부에 안전하게 내려설 수 있다. 능선의 관목들엔 이제야 잎이 나기 시작하여 연초록이 아련한 능선이 되어있지만 길가에 바위틈에 끼인 철쭉만은 어김없이 분홍빛 정열을 드러내보이고 있다.
중봉쪽으로 가면서 뒤돌아보면 황매산정상도 마치 정상에서 중봉을 볼 때처럼 특별한 봉우리로는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서 중봉까지가 어떤 의미로 황매산 정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걸어온 역정으로서의 능선은 거리는 3km(정확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중봉에서는 정상까지가 1km라고 되어있다)에 지나지 않지만 무척 오래 걸어온듯한 , 무척 높았던 것 같은, 무척 고난스런 능선을 통과해온 느낌을 주고 그것은 어떤 흐뭇한 성취감을 일깨워준다. 능선산행의 리듬감이 온몸에 느껴져오는 듯하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중봉쪽으로 오면서 내려다보이는 북서면의 황매산은 남쪽의 황매산에 비해 산악미가 훨씬 빼어나다. 우선 거칠고 다양한 산사면엔 교목이 울창한 것이 남쪽 골짜기의 평범한 산사면에 비길 바가 아니다. 중봉으로 다가가면서 떡갈재에서 금객동으로 내려오는 계곡과 만나는 능선을 어림해본다. 왜냐하면 중봉에서 정상에 가까운 안부로 되돌아나와 서북능선을 다시 타는 것은 코스로서도 단조로울 뿐 아니라 시간도 넉넉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중봉쪽에서 능선을 타고 산행시작시점에 직접 도착하는 방법이 없을까하고 머리를 짜낸 것이다. 또렷한 능선이 하나 있었지만 중간에 단애가 보이면서 날등이 흐지부지 윤곽을 잃고 방황하다가 한참 아래쪽에서 다시 날등을 세우며 골짜기로 내려가는 능선이 하나 보였다. 단애지점과 날등이 해소된 지점 부근에서 잘만 하면 그런대로 내려갈 수 있을 듯했다. 그 지점에 가시덤불이나 싸리숲만 없다면 말이다. 이 코스가 네티즌들에게 어떤 불편을 줄지, 코스로 소개할만한 것인지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시간이 없고, 왔던 길을 반복해서 가고싶지 않고, 울창한 숲을 보고싶고, 단애가 얼마나 험한지 보고 싶고, 그리고 능선의 공터에서 중봉 일대의 스카이라인을 보고싶다, 그점이 이 능선을 내려오게 된 동기일 뿐이었다.
중봉을 하나 남겨둔 봉우리엔 삼각점이 있었다. 그 근처에서 능선으로 내려설만한 길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고 보이지도 않았다. 중봉은 남쪽은 암봉이지만 정수리는 관목이 우거진 좁은 육산의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합천호변의 소야동까지는 3km이다. 중봉에서 정상쪽을 바라보면 정상에서 중봉쪽을 바라볼 때보다는 스카이라인의 곡선이 평범한 편이다. 중봉을 뒤로 가고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로 되돌아와서 골짜기의 능선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는다. 다행히 산꾼의 눈으로 보아도 꽤 신경을 써야할 정도로 가느다란 길자국이 나 있다. 조금 내려가니 리본도 하나 보였다. 나무를 베어낸 자국도 있었다. 누군가 이쪽능선에다 코스길을 하나 설정하고 싶은 의지는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숲속으로 들어가면서 길흔적은 곧 없어져 버린다. 자세히 찾으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급준한 관목숲 아래에서 길을 찾고 뭐하고 할 겨를이 없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할퀼 정도만 아니면 그쪽으로 얼굴을 디밀고 내려간다. 하지만 어찌 보면 길이 분명히 보이기도 한다. 드디어 단애에 도착한다. 단애를 넘기전에 단애옆으로 내려서는 길을 찾는다. 물론 길이 없고 사람이 다니던 흔적인지 토끼나 다른 짐승들이 다닌 흔적인지 가녀린 흔적한 보인다. 드디어 능선이 없어지는 지점에 도착한다. 그러나 능선의 힘줄은 숲아래에 드러나 있다. 적어도 이골(?)이 난 산꾼의 눈에는 보인다. 두서너번 능선 힘줄을 갈아탄 다음 다시 급경사를 내려가니 길이 나온다. 가소로운 일이지만 그때는 속으로 "이건 천재적이야. 느낌만으로 능선을 찾았으니 말이야" 하고 과장된 표현을 했지만 그것은 사실은 능선날등을 잃지 않으려고 내딴엔 주의를 기울일만큼 기울였고 그것이 정확하게 능선날등을 찾게한 힘이 되었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스스로를 두둔한다. 나무를 베고 길을 만들려고 한 흔적이 있는 제법 넓은 능선공터에서 중봉을 향해 뒤돌아 보니 나는 수해속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지나온 단애도 꽤 경관이 좋아보인다. 동쪽을 바라보면 중봉에서 소야동방향으로 내려오다가 중간암봉을 하나 얼씨구 추임새하듯 솟구치게 하고 그 뒤로는 금성산으로 생각되는 첨봉이 보이고 능선은 나뉘어 중첩되며 북서로 뻗어가 합천호로 녹아들고 있다.
길은 울창한 송림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싱싱한 낙엽송림이다. 발걸음도 가볍게 해맑은 송림속 공기를 마시며 내려오니 본격적인 등산로가 나타난다. 숲은 여전히 울창한 낙엽송림이다. 이 길은 어디에서 오는 길인가? 짐작으로는 주능선에 오르기전 서북능선과 만나는 안부로 연결되는 길이 아닌가싶다. 드디어 산행이 끝나간다. 사방공사가 시행되는 지점까지 찻길이 닦여있다. 낙엽송림을 빠져나오니 떡갈재로 올라가는 콘크리트도로이다. 6시간이 걸린 산행이었다. 원래는 숲속에서 하루밤 잘 생각이었지만 떡갈재부근 밋밋한 사면에 목장이 있어서 소형트럭이 오르내리는 등 여건이 좋지 않아 바로 집(경기도 광주)으로 올라오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