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1119m
위치: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
코스:
해발 645표지판-능선-송림-발구덕-좌측 큰길-능선날등-주능-정상-발구덕-645표지판
민둥산의 억새산행:

민둥산 억새산행

민둥산은 동쪽으로 맥을 이루며 남북을 달리는 백두대간이 바라다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산으로 정상주능선에 나무가 없고 광대한 면적에 억새초원이 형성된 특이한 산이다. 정선군 남면에도 무릉리가 있다. 무이, 무릉이라는 이름이 들어있는 지역은 그곳이 아름다운 고장인가 아닌가 여기저기 알아보거나 근거를 뒤져보거나 할 필요도 없이 자연이 아름다운 고장이다. 영월군 수주면의 무릉리가 그렇고 평창군 흥정계곡의 무이리가 그렇고 이곳 정선 남면 무릉리가 그렇다. 정선에서 화암약수쪽으로 들어가는 도로변도 아름답지만 9.6km정도 가다가 쇄재라는 높은 고개를 넘으면 함백산, 백운산, 금대봉 서쪽에서 흘러내리는 동남천의 유역이 된다. 여기서부터 함백산까지의 계곡풍광이 아름다운 것이 무이구곡의 풍광을 연상하여 이곳 이름이 무릉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단 하나 물빛만은 흙탕물이다. 이곳 상류의 사북읍, 함백산일대가 채탄지역이기 때문이다. 흙탕물이라기 보다는 카바이드색깔에 가까운 회색 흙탕물이다. 무릉이란 이름이 붙을 정도로 아름다운 고장이 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한국이 세계로 비상할 수 있는 터전이 된 에너지인 무연탄의 산지이었던 것이다. 무연탄으로 밥을 짓고, 전기를 만들고 산업기지에서 보일러를 돌렸으며 무연탄이 서민들을 혹독한 겨울추위로부터 보호해주었다. 그때 무연탄이 아니었더라면 오늘의 경제성장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모르긴해도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산이 벌거숭이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런 중요한 무연탄이 지금은 난방용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게 된 지금도 일부 수요를 위해 한정적인 생산을 이어가고 있는 있는 것인지 물빛깔은 무릉리에 어울리지 않는 회색인 것이다. 물빛깔에 대해서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은 것은 아쉽기는 하지만 이 물빛깔 때문에 오늘의 한국경제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별어곡을 지나 증산으로 가는 길에서 본 두리봉과 민둥산 사이의 계곡은 곳곳에 단애가 펼쳐지고 돌단풍이 아름다워 가는 길을 멈추게 한다. 10만 분의 1 지도에 보이는 무릉담이라는 경관도 그 단애아래 어딘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흙탕물이 휘돌며 흘러가겠지만.
민둥산의 모산은 함백산이다. 함백산은 두갈래의 중요한 산맥을 서쪽으로 뻗어내리는 산이다. 하나는 정선군과 영월군의 경계를 이루며 서북서쪽으로 뻗은 함백산(1573m) -백운산(1426m) -두리봉(1466m) -죽렴산(105) -곰봉(1015m)줄기로 그 맥은 영월 동강에 와서 주저앉는다. 이 맥에는 우리나라 유수의 대탄전들이 몰려있다. 또 하나는 함백산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가다가 싸리재 북쪽에서 금대봉으로 가는 백두대간과 헤어져 북서쪽으로 뻗어가는 줄기로 위의 줄기보다 현저하지는 않지만 1000m대의 고도를 유지하는 줄기이다. 이 줄기는 백운산-두리봉 줄기와 함께 이곳 무릉리 계곡(동남천계곡)을 만드는 산줄기이다. 이 줄기 역시 영월동강까지 길게 이어지다가 숱한 절경을 만들어놓고 강으로 곤두박질한다. 민둥산은 이 산줄기 중간쯤에서 곁가지를 치고 계곡으로 더 가깝게 나 앉은 산이다.
주위의 산들중 함백-두리봉 줄기가 상당부분 1400m의 고도를 보이는가 하면 조금 멀리 보이는 백두대간 역시 1300m대인데 비해 민둥산은 1200m도 안되니 낮은 산이긴 하다. 그러나 민둥산은 낮은 산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조망이 시원한 산이다.

산행기:


아래서 본 장엄한 억새능선

산행깃점은 제천서 시작, 영월을 지나 태백시로 이어지는 38번도로가 계곡을 따라오다가 증산으로 꺾여질 무렵 왼쪽으로 철로 아래로 난 길(이길은 421번도로로 정선 몰운대까지 이어지는 포장도로이다)을 조금 올라가면 산행표지판(해발645m라고 해발높이를 표기해 놓았다)이 나오고 길은 조그만 개울을 건너 산록으로 이어진다. 급경사를 올라가면 울창한 송림이 시원하고 조금 더 올라가면 길은 평탄해지면서 전망이 시원이 펼쳐지는 곳에 다다른다. 증산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계곡 건너 백운산-두리봉 줄기가 시야를 가로막는다.
조금 올라가면 왼쪽 능선길과 송림속 길이 나뉜다. 왼쪽길은 능선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고 숲속길은 작은 계곡위 산사면 중간에 난 송림길이다. 두 길의 차잇점은 물을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와 비교적 평탄한 송림길이냐 아니면 급경사길이냐 에 있다. 숲속길을 가면 계류와 만나는 지점에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송림속의 산길은 그저 시원하다고만 하고 말 그런 길이 아닌 것이 이곳에서도 증명되듯 폐부까지 깨끗해지는 듯한 은은한 송향의 내음과 거인들의 품에 안긴 느낌을 주는 듯한 안온함이 그 아래를 친구도 없이 걸어가는 사람의 정신을 맑고 발랄하게 해준다. 하여 민둥산이라면 숲은 전혀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어색해질 지경으로 마음속이 후련해지는 송림 속 길이 꽤 오래 이어진다. 처음 올라올 때는 이깔나무도 더러보였지만 올라갈수록 적송, 다음엔 잣나무가 많아진다. "그래 이래야지." 아무리 대억새초원이 있다기로서니 그냥 억새초원으로 들어간다면 그건 무척 싱거운 일일 것이다.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시원한 송림속 사이로 얼핏 보이는 계곡 저쪽 단애의 이 모퉁이 저 모퉁이에서 화사하게 물들어 있는 돌단풍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의 단풍은 예년에 못미친다. 계류에서 물통에 물을 채우고 송림속 길을 다시 올라가면 길이 평탄해지면서 일구어놓은 밭이 눈앞에 전개된다. 드디어 발구덕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동네에 들어선 모양이다.
발구덕이란 발로 엮어 만든 광주리란 뜻이다. 산아래 광주리처럼 오목한 평지가 생긴것은 민둥산이 석회암산이라 지하에 공동이 형성되고 그로 인해 땅이 꺼져 내려가는 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산줄기가 남북으로 뻗어있는 민둥산 중턱에 형성된 이 발구덕 분지까지 차가 올라와 증산사람들은 마치 서울사람이 남산 오르듯이 동네 뒷산에 가는 차림으로 민둥산을 오르내린다. 필자가 올라간 날에도 동네 아낙네들이 올라와 억새초원에서 사진을 찍는다, 잡담을 나눈다 야단이었다.
밭을 횡단하여 큰 길로 올라서면서 본 민둥산은 아찔한 충격 그것이었다. 수많은 우리나라 산을 돌아다녀 본 나로서도 처음 느끼는 희한한 감동이었다. 먼저 민둥산의 동남천계곡쪽 능선에서 시작된 주능선은 발구덕 동네 북쪽끝의 서쪽으로 가면서 높이가 조금씩 높아지기는 하지만 대체로 평탄해보였는데 이 정상능선은 중턱이상이 모두 억새초원으로 산중턱의 잣나무숲벨트, 그다음 이깔나무숲벨트, 그 위쪽으로 금을 그은 듯 분명하게 억새초원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하늘에 닿은 스카이라인에는 서기와도 같은 하얀 금이 푸른 하늘 사이에 끼여 두 선을 명확하게 분리해주고 있어서 말할 수 없이 신성하고 거룩한 느낌을 주었다. 그 주능선이 설악산의 어느 암릉처럼 요철이 극심한 암봉으로 이루어져있었다고 하더라도 화려하다는 느낌을 주었을지는 몰라도 신성하거나 장엄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내가 서있던 지점의 해발 높이가 920m 정도라면 주능선은 약 1km에 걸쳐 높이 150-200m를 유지하면서 남에서 북으로 마치 테라스처럼 하늘높이 주욱 뻗어 있었는데 하늘과 맞닿은 부분이 억새꽃으로 한일자를 이루고 있으니 그 순간 나의 충격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하얀 선이 길게 파랑을 이룬 파도처럼 일제히 나붓기는 듯, 일렁이는 듯한 환상에 어질어질해지는 느낌을 떨치지 못하고 큰길을 따라 가니 허름한 집이 보이고 앞마당에 물이 쏟아지는 호스가 나무말목위에 걸려있다. 이 물의 시원함이란 마셔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으리라. 왜냐하면 밋밋한 육산에 계곡도 눈에 뜨이지 않는데 차마 한모금 물이라도 마실 수 있으랴 하던 차에 물이 쏟아지고 있으니 그런 느낌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더구나 그 옆 개울을 보니 마치 어디 숨겨진 저수지에서라도 쏟아져 내려오는 물처럼 시원하고 투명한 물이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당혹했다. 왜냐하면 아까 송림속길이 끝나던 무렵의 계류의 수량도 이렇게 많지는 않았던 것이다. 부근에는 뚜렷한 계곡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민둥산의 자연 지하수저장탱크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생각난 것은 덕항산 환선동굴에서 용출하듯 흘러내리던 물이었다. 주위의 개울은 다 말라있는데도 환선동굴에서는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석회암산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내시경이 있다면 재미있는 광경을 볼 수 있을 듯하다.
이곳에서는 산복을 치고 올라가 바로 주능선으로 붙을 수도 있으나 큰 길로 산길을 우회하거나 발구덕을 가로 질러 정상쪽으로 가거나 하여 민둥산을 종주하듯 산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큰길로 증산쪽 계곡으로 나와 능선날등(처음에 갈래진 길)길과 만나 능선을 오르면 경사는 급해진다. 잣나무숲이 끝나면 로프가 설치된 곳이 있을 정도로 경사가 급해진다. 그러나 로프를 붙잡고 산행할 정도의 경사도는 아니다. 지난주(10월 18일)엔 억새관광열차편으로 온 수백명이 민둥산을 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지역자치단체에서 길도 넓히고 로프도 설치하며 생색을 낸 모양이다.


사진: 역광의 억새(큰사진 클릭)

주능선에 올라가면서 억새초원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솔직한 말로는 능선에 하얗게 핀 억새밭을 기대하던 나에게 정상초원의 억새는 소망스럽지 못했다. 밭도 일망무제하게 펼쳐진 것도 아니고 억새도 철이 조금 지나 벌써 꽃이 지려고 하고 있다. 억새초원만은 산 능선과 능선사면에 걸쳐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판단착오였다. 두시경에 산에 올랐는데 이때 억새가 좋으니 나쁘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나는 정상에서 두어시간 보내는 사이 억새가 제모습을 찾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햇빛이 기울어지지 않으면 억새는 없다! 이런 결론도 가능하다. 4시가 지나니 직사광선에 묻혀있던 억새꽃들이 마치 새로 피어난 것처럼 광활한 억새초원을 황금능선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정상에서 남쪽으로 보면서 햇빛에 빛나던 하얀 억새꽃 일렁이는 억새파도를 잊을 수가 없다.
남쪽으로 보며 억새초원을 즐겨야 하는 것은 그것이 역광방향이기 때문이다.
정상에는 돌무더기 2개 쌓여있고 화재감시초소가 있고 민둥산 1119m라고 새긴 크지않은 표석이 서 있다. 민둥산에서는 함백산으로 깊게 패어든 계곡이 보이고 안테나가 늘어선 함백산-백운산-두리봉 능선, 그리고 금대봉과 대덕산등 백두대간의 모습이 보인다. 동북쪽으로는 두타산, 청옥산, 고적대가, 서쪽으로는 백덕산과 치악산비로봉도 보인다. 광활한 조망이다.


정선군 관광지도중 민둥산

교통편: 청량리-제천-증산행 열차이용 드라이브 코스: 서울-영동고속도로-신림인터체인지-주천-평창-정선-동면-쇄재-별어곡-증산

문화재와 볼거리:

정암사, 적멸보궁, 수마노탑, 민둥산일대 구덕(석회암산의 특징으로 땅이 꺼지는 현상, 정상 북쪽 능선 우측에도 조그마한 구덕이 보인다. 그러나 물이 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