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매봉산, 봉화 각화산 산행과 여름철의 낭만



매봉산 산행기
각화산 산행기
매봉산 슬라이드 쇼


사진: 지천으로 열린 매봉산의 산딸기(7.26일)

야성의 콜(call)

정부에서 여름철에 몰리는 휴가수요를 전년에 걸쳐 분산시킴으로써 여름 휴가철의 북새통같은 교통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그게 잘 될까 하는 의문을 누구나 품었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모두가 여름방학이 되면 시골이 고향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시인들도 시골의 외갓집이나 친척집에 가서 근처의 맑은 개울이나 저수지에서 수영하거나 가재를 잡거나 천렵을 하며 놀던 기억을 갖고 있다는데 있다. 필자만 하더라도 우리고향의 조그마한 할아버지 소유의 찬물 웅덩이에서 아버지의 허리를 잡고 수영을 배우던 기억과 삼촌과 함께 갯가에 가서 우렁쉥이를 잡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 여름 이맘때가 되면 머리속에 야성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게 마련이고 거기에 대답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 거의 대부분의 머리속엔 이런 야성의 부르짖음이 들려올 것이다. 아이들이 방학을 했다면 그 절규는 더욱 큰 소리로 들려올 것이다. 아무리 산업화가 되고 도시화가 되었다 하더라도 얼마전까지 우리 생활의 터전이었던 전원시대랄까 농경시대 농촌의 집단의식 또는 무의식이 단기간에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여름휴가소동은 웬만해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사진: 청옥산 자연휴양림의 야영데크. 이곳은 시원하다 못해 서늘했다.

이번에 봉화군 석포면의 청옥산 자연휴양림에 밤늦게 도착하여 텐트마다 도란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텐트를 칠 때 그 부르짖음의 의미를 다시한번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여름엔 누구나 단 하루라도 집을 떠나고 싶은 것, 그래서 자연속에 자신을 내맡겨보고 시원한 계류소리와 청정한 공기를 마시고 싶은 것, 개울에서 고기를 잡고, 화톳불을 피워보고 싶은 것 그것이 그 의미의 일단이었다.

이번 여행길에 2개의 산을 오르고 520km의 드라이브웨이를 즐기고 수없이 많은 계류와 만나고 그 가장 맑은 계류 중의 하나에서 수영을 하고 돌아오니 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반직업적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는 필자조차 이러한데 황차 1년에 한두번 집을 떠나 자연속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그것은 진한 추억으로 점철되는 여름철의 낭만이 아닐 수 없다.

26일(수), 27(목)일 이틀간 영월 매봉산 (1267.8m)과 봉화 각화산(1177.8m)을 연달아 산행했다. 첫날은 8시간 가까운 산행으로 야성미가 물씬 풍기는 매봉산을 올랐고 내려오자말자 날이 어두워져 어둠을 뚫고 화방재, 태백시외곽을 지나 청옥산으로 가서 봉화 청옥산 자연휴양림에서 잠을 잤다. 으슬으슬 추위가 느껴질 정도로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밥을 해먹고 넛재를 넘어 봉화군 춘양면으로 이동, 각화산을 올랐다. 산행시간은 4시간 반정도. 중턱에 있는 조선시대 5대사고중의 하나였던 태백산 사고지를 보고 감회에 젖은 다음 도래기재를 넘어 영월로 나오니 엄청나게 높은 고개길이 새로 포장되어 있다. 지도에는 소아치, 대아치라는 이름이 보이는데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물맑은 내리천계곡


사진: 묽맑은 내리천변

내려오니 심산유곡으로부터 맑은 계류가 흘러나오고 물은 투명할 정도로 맑은 내리천계곡 입구다. 수량도 많고 물이 워낙 깨끗하여 찾아온 야영객들이 꽤 많다. 내리천은 현재 휴식년제가 실시되고 있다. 그래서 골짜기안에는 텐트를 칠 수는 없으나 천렵도구를 든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것이 보인다. 하도 잡으니 고기는 송사리 한마리도 안잡힌단다.


사진: 김삿갓계곡의 아름다운 소와 단애 및 협곡

휴식년제에 묶이지 않은 구역의 송림속에 텐트가 빽빽이 들어차 있다. 이 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땀도 씻을겸 수영을 한다. 내리천은 휴식년제에 묶이지 않은 부분도 꽤 길어 투명한 맑은 계류에 여름을 실어보내고 싶다면 한번 찾아볼만하다. 장산과 매봉산 아래를 흐르는 옥동천물보다 훨씬 맑다. 이곳을 나와 남한강을 따라 영월군 하동면으로 이동하는데 남한강과 남한강으로 들어오는 지류가 모두 물놀이의 천국이 될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이 일대의 풍요한 청정수가 오염된다면 한강은 더이상 겨레의 젖줄이니 어머니니 하는 수식어를 부칠 수 없을 것이다.

김삿갓 계곡의 풍부한 수량, 협곡과 소 연달아 나타나

이곳을 지나 남한강을 따라 내려오면 김삿갓계곡이 있다. 이곳이야말로 물놀이의 비경지대(아는 사람들은 다 알아 꽤 많은 사람이 아름다운 경치와 맑은 계류를 벗하며 여름을 식히고 있지만 아직은 여유가 있다.)이다. 이곳 개울에 수량이 많은 것은 소백산 죽령에서 국망봉에 이르는 길이와 맞먹는 백두대간 고치령 서쪽 능선봉(1032m봉. 이 봉우리에서 북으로 뻗은 능선상에 형제봉이 솟아있다)에서 선달산(1236m)에 이르는 백두대간 긴 산록이 수원의 역할을 하기때문이다. 선달산에 하나의 지류, 또하나의 지류는 형제봉에서 발원하는데 그 아래로 깊고 긴 분지형 평지계곡 즉 남대리계곡이 넓은 강우유역가운데로 흐르고 경북-충북도계를 지나 의풍리로 들어선 다음 김삿갓묘역을 지나면서 개울이름은 곡동천이 된다. 김삿갓의 묘소, 그의 명작들을 원문을 돌에 새기고 번역은 오석에 조각하여 문학사의 한 애환이자 걸출한 시인이었던 김삿갓의 인생역정을 더듬으며 레저를 동시에 즐길 수 있으니 가볼만한 곳이라 할 수 있을듯하다. 7.26-27일.


사진: 암릉의 조망

매봉산 1267.6m

매봉산은 영월-태백시를 잇는 31번 도로가에 솟아있는 장산, 단풍산등과 함께 경관이 비슷한 암봉으로 이어진 산이다. 올라가는 길은 상동읍 못미쳐 있는 상동휴게소나 휴게소 1km동북방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옥동천을 건너 멧뎅이골로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멧뎅이골에서 안부로 올라가는 길은 별다른 장애물이 없으나 여름철엔 풀섶이 짙어 넓은 길도 풀섶에 파묻혀 길이 보이지 않는다. 매봉산은 전체적으로 식물의 보고라고 할만큼 초본류며 나무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고 사람들이 다니는 흔적도 별로 많지 않은 청정한 산이다. 푸른 숲속의 녹음을 즐기며 정상에 올라가면 비로소 정상 서쪽으로 단애와 암봉이 보인다. 암봉은 한쪽이 육산이고 한쪽은 단애를 이룬 형태이다. 암봉에서 옥동천 계곡을 내려다보는 조망이 시원하다. 특히 두번째 봉우리인 암봉전망대의 노송 아래에서 옥동천계곡을 내려다보면 마치 벼랑끝에 앉은 독수리가 계곡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든다. 산전체를 보면 단속적인 테라스형 암릉이지만 정상은 조금 떨어져 솟아있고 단애와 너덜지대가 고목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등 높기도 하고 험하기도 한 볼품이 많은 아름다운 산이다. 산 많은 강원도에서도 중상위급에 속하는 산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거칠고 야성적이며 깨끗한 산이라 깊은 인상을 준다. 하산길은 상동휴게소로 내려가는 긴 능선을 이용하는데 암봉사이에서 능선으로 내려서는 산길이 극히 급경사인데다가 애매하므로 유경험자와 함께 산행하는 것이 좋다. 하산능선을 다 내려가면 바로 상동휴게소로 건너가는 다리가 나온다.


교통편: 영월-상동행 버스 탑승. 상동휴게소서 하차.

사진: 각화산 원경

각화산 1176.7m

각화산은 봉화군 춘양면에서 올라가는 산으로 태백산 줄기에서 정남으로 뻗은 능선상의 한 봉우리이다. 각화산에 이른 태백지맥은 좌우로 팔을 벌리며 춘양땅을 바라보고 팔을 껴안듯 한 곳에 천하의 명당이라는 장군대좌형의 길지에 태백산 사고가 있다. 지금은 없어졌으나 그 터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후손에게 사서를 전해주려는 굳센 선인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귀한 장소이다. 각화산은 육산으로 별다른 지형적 특색은 없으나 각화사 대웅전 앞에서 바라보면 정상에서 왕두산에 이르는 자잘한 능선이 절집 뒤에서 모이고 앞을 싸안듯 좌청룡, 우백호의 능선이 마무리되어 감탄을 자아내는 위치에 각화사가 자리잡고 있다. 능선엔 춘양목도 더러 보이나 정상으로 갈수록 신갈나무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은 춘양목의 고장에 걸맞지 않아 아쉽다. 정상은 울창한 숲이 뒤덮고 있어서 조망이 없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각화사에서 왼쪽 능선으로 올라가 능선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된다. 사고지는 왕두산쪽으로 1km정도 가다가 갈림길에서 지능선으로 내려서서 10여분 내려가면 된다. 사고지에서 하산할 때는 길이 거의 보이지 않는 사고지 반대쪽의 숲속으로 들어가 산록을 횡단, 정상으로 올라갈 때 이용하던 능선길로 나오든가 아니면 도로 올라가야 한다. 왕두산 쪽과 동암은 현재 각화사에서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사고지에서 각화사로 바로 내려가는 길도 이용할 수 없다.


교통편:영주-춘양(하루 14회 운행)춘양-서벽행 버스탑승 각화사입구에서 하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