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로봉(치악산) 1042m
위치: 강원도 원주시
코스:
국형사 -보문사 -능선 -정상 -남서릉 -송림 -국형사
교통:시내에서 행구동 - 국형사행 버스 탑승
숙박: 원주시내 숙박시설이용
문화재 및 볼거리: 송림, 국형사
산행:<>향로봉코스 - 12월 하순

남대봉-향로봉 심설산행

<이 코스의 주요조망은 북으로는 비로봉, 남으로는 망경대, 남대봉, 부곡리 일대 조망은 시원치 않고 치악평전과 금대리, 그너머 백운산 줄기등이 잘 보인다> 초겨울의 황량함속에서 빛나는 경관

치악산 향로봉은 비로봉에서 남대봉에 이르는 치악산의 긴 능선(14km)의 절반정도쯤 되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국형사로 들어가는 길은 특별한 감동을 주지는 않는다. 웬만큼 산에 가까워졌는데도 사람을 감싸주는 경관도 계곡도 나타나지 않는다. 일직선으로 들판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산 뿐이다. 그러다가 조그마한 골짜기가 나타나고 이 길이 소나무 숲속에 위치한 국형사로 이끌어 준다. 국형사의 한자는 局享寺였다. 국화향기인 줄로만 알았다.
평범한 듯한 이 골짜기에도 향로봉일대의 치악산 줄기가 눈에 들어오면서 영원골이나 사다리 병창 코스에 서의 치악산의 억센 기세가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직은 눈이 없지만 국형사를 지나 보문사까지 올라가는 포장도로에서 보이는 향로봉 일대는 겨울산의 풍모를 갖춘 엄정한 자세로서 좌우로 험준한 능선을 거느린채 독립불기의 거봉으로 웅립해 있는 모습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치악산의 조금 평탄한 능선에 어쩌다가 조금 솟아오른 오죽잖은 능선봉이 아니라 당당한 봉우리로 보였다는 것이다.
향로봉으로 가는 길은 입석대로 가는 길과 비슷하다. 원주시내에서 동쪽으로 열린 도로를 따라 치악산으로 들어가다가 보면 하나는 입석대, 하나는 관음사, 한 가닥은 국형사로 가는 길이 나뉜다. 보문사에서부터는 좁은 골짜기로 들어가 급경사를 오르다가 능선위에 올라선 뒤 고도를 높이며 정상봉으로 이어진 마지막 오르막 길을 올라가면 된다.
향로봉 정상에 오르기전의 북서릉은 바람이 심했다. 향로봉은 곧은치 아래의 분지인 부곡일대를 조망할 수 있을 듯하여 내심 기대하며 실행한 산행이었으나 정작 정상에 올라보니 동쪽조망이 시원치 앉았다.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대신 금대리와 상원사 뒷봉우리인 망경봉을 조망하는 경관은 일품이었다. 그리고 금대리에서 영원사로 올라가면서 계곡안으로 멀찌감치 보이던 마치 하늘의 정원 같은 치악평전은 바로 향로봉 발아래 있었다. 치악평전은 억새가 그득히 자란 정상 바로 아래의 조금 넓은 평탄한 분지형 골짜기였다. 억새꽃이 한창 피고 있을 때에는 볼만했겠지만 12월 하순인 지금은 말라버린 그저 조금 허옇기만한 억새대가 바람을 맞아 누어있는 썰렁한 풍경이다.
강풍이 부는 능선에서 바람에 부대끼다가 문득 바람소리가 먼 꿈속처럼 잦아지고 의외로 코아래 훅하니 더운 기운까지 느껴질 정도로 따뜻한 기운이 도는 곳이 설한풍이 휘몰아치는 산능선 구석 어더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경이적인 일인 것만은 확실하다. 명지산(경기북부지역에 있는 산)의 귀목봉쪽 능선 사면에도 꼭 그런 곳이 있어서 강풍이 혹독하게 불던 어느 겨울날 바위 보료가 따뜻하게 깔린 방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던 기억이 난다. 향로봉의 치악평전 위쪽 능선사면에 비스듬히 가랑잎보료위에 몸을 누이고 검은 그늘을 드리운 망경봉과 그 스카이라인 저쪽의 남녁의 안온한 다사로움이 넘치는 그늘과 한기에 대비되는 온기와 밝음의 희뿌연 기운을 보면서 광대뼈를 간질이는 햇빛을 얼굴에 느끼니 겨울산행의 작은 축복이 가슴에 사뭇치는 듯하다.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니 금대리 골짜기의 입구부분에서부터 점점 차올라오는 뿌연 기운(일종의 연무)이 보인다.
고든치 쪽으로 가다가 조망이 계속 좋지 않아 되돌아온다. 그리곤 왼쪽 능선을 타고 내려가기로 한다. 전망대가 하나 나타났다. 일부터 몇 그루 나무를 베어낸 듯한 이 공지에서는 망경봉 남대봉일대의 스카이라인 조망과 금대리로 빠지는 회랑이 한 눈에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금을 울리는 것은 한쪽은 망경봉, 남대봉 쪽, 한쪽은 금대리쪽, 한쪽은 그 중간 산록으로 빠지는 정연한 세 갈래 맥의 흐름이다. 지금 남대봉과의 사이에는 거의 그늘이라고 할만한 어둠이 깔려 있는 듯하지만 해맑은 겨울 공기가 그 가운데 허공에서 반짝이고 있어서 검은 빛 그늘은 대기의 밝음을 극적으로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하얀 억새꽃을 피운 억새가 몇 가닥 남아 있어서 그 검은 어둠을 배경으로 햇볕에 역광으로 하얗게 빛나는 것이 환상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있어서 이곳의 조망의 극적인 아름다움을 웅변해주고 있다.
그 기억을 오래 간직하기 위하여 사진을 찍고 머리에 그 광경을 각인시키려고 애쓴 결과 그 인상의 대충은 정리가 됐지만 이렇게 해도 사람의 기억이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하지만 그때 느꼈던 감동은 상당히 강열했던지 지금도 찡하게 남아있다. 그날은 바람이 심하게 부는 추운날이었다는 것, 감기때문에 몸이 몹시 피로한 상태였다는 것, 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없었다는 것, 온 산이 극명한 명암으로 대조되는 날이었다는 것, 왜 나는 이리도 산이 좋은가 하며 스스로 자신의 고행에 감격하는 기분이 된데다가 산이 주는 어떤 진지함이 인생의 진지함마저 일깨우는 마력을 느끼는 데서 오는 진한 감동으로 하여 정말 구도하는 기분으로 그 엄청난 경관앞에서 다소곳이 서서 빛과 산이 만들어내는 순간순간을 음미하고 있었던 나의 모습을 오래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감동이 쉽사리 식지 않은 모양이다.
산을 왜 가는가?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이 경관 한 장면을 연상하는 것만으로 이미 대답은 해버린 것이 되는거야 하는 자문자답이 마음 속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게다가 금대리회랑은 구룡사 계곡 이상으로 치악산에서 가장 긴 골짜기가 아닐까 싶다. 금대리에서 영원사로 빠지지 않고 이쪽 치악평전으로 직접 오는 길은 없는지, 한번 해보고 싶다.
치악평전에서 조금 내려가면 샘이 하나 있다. 지척의 거리지만 내려가지 않았다. 감기 때문에 찬물 마시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샘은 이 부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샘이다. 평전의 넓이가 우물물을 공급하는 주체일 것이다.
내려가는 길은 아주 가파른 길이었지만 소나무숲과 소나무낙엽이 있어서 그리 단조롭지는 않았다. 아니 단조롭기는 커녕 산에서 이런 길을 만나면 속으로 얼씨구나 싶어진다. 소나무 냄새로 향기로운 숲속의 폭신한 낙엽을 밟는 재미는 제왕이 아무리 포근한 왕궁의 최고가 카펫위를 걷는다고 해도 그 맛에 비견할 수 있을까?
이 하산길은 향로봉 남서쪽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가 국형사로 이어진 지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길이다. 통상의 하산길은 아니나 길은 꽤 또렷한 편이었다. 그러나 산행지도등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 코스이다. 하지만 짙은 송림이 있어서 한번쯤 산행하기에는 아주 멋진 길이다. 산행시간 4시간 정도.

치악산 북부 산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