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방산 1577mm

위치: 강원도 홍천군 내면 - 평창군 용평면
코스: 운두령-동북쪽능선-1492봉-안부-정상-노동리쪽 남쪽 능선으로 아랫삼거리 직전 식당부근에서 길로 내려섬


산행기

계방산은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과 홍천군 내면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높은 산이다. 일명 차령산맥으로 알려진 이 산줄기는 오대산에서 계방산-보래령-회령봉-흥정산-태기산-청태산-치악산-백운산으로 이어져 촛대봉-천등산으로 가다가 남한강에 막히기까지는 거침없는 맥을 따라 솟아있는 줄기이다. 계방산은 이 산맥중 가장 높은 산이다. 이 산맥은 우리나라 고유의 산줄기 개념인 대간과 정간 및 정맥개념을 벗어난 산줄기이긴 하지만 충청북도 제천시와 충주시의 경계를 이루며 남한강에 도달하기까지는 일관된 산맥으로서 중부지방의 중요한 분수령을 이루고 있음은 확실하다. 즉, 강원도에서는 평창군과 홍천군의 경계, 평창군과 횡성군, 영월군과 원주시 그다음에는 충청북도와 강원도의 경계를 이룬다.
계방산 주능선에 올라가서 정상으로 가면 정면으로는 오대산이, 11시방향으로는 멀리 개인산과 방태산, 방태산 주걱봉이, 그리고 그 조금 가까이 동쪽으로는 가칠봉이 보인다. 이들 산에 올라가본 사람들은 그쪽에 그 산이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이다. 그 산들은 아무리 희미한 잔상이라도 제각각 다른 그러나 아름다운 산행경험의 기억을 되살아 나게 하는데 오늘은 또렷이 당신은 여기 왔었다고 하는 듯이 계방산을 중심으로 할 때 스카이라인의 변경을 이루고 치솟아 있다. 방태산, 개인산, 가칠봉은 그 순결한 자연으로, 오염되지 않은 계곡으로 풍부한 식물군으로 내 기억속에 가장 소중하게 자리잡고 있는 산이다.


사진: 산록의 설화

운두령에서 산행을 시작한 뒤 1시간 30분정도 되면 급경사 코스를 지나 주능선에 이르게 되는데 주능선에서 왼쪽사면으로는 심설속에 드문드문 주목이 서 있는 것이 보인다. 3월이라 주목엔 설화가 지고 없지만 주목으로 접근하는 길에는 눈에 덮인 발자국 흔적이 보인다. 눈과 설화를 들쓰고 있는 주목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주목 가까이 다가간 것이리라. 주목이 눈을 뒤집어 쓰고 1미터가 넘는 눈속에 마치 돌무더기가 눈을 뒤집어 쓰고 있는 듯이 그렇게 하나씩 서 있던 풍경을 본 것은 몇해전 겨울이었다.
인디언의 움막이 눈을 뒤집어 썼으면 꼭 그렇게 보였을 그 주목이 심설이 모든 것을 뒤덮고 있을 뿐 간혹 강풍이 불면 설연이 휘날리는 산록에 드문 드문 서 있던 광경은 겨울이 높은 산에서 빚어낼 수 있는 가장 장엄한 풍경 중의 하나였다. 눈이 많이 오면 산록의 관목들은 눈에 파묻히다 시피하기 때문에 키큰 주목나무만 휑뎅그런 산사면에 마치 작은 섬처럼 여기저기 떠 있었던 것이다. 운두령쪽에서 정상이 보이는 능선봉(나무가 없어서 조망이 좋다)에서 정상까지는 30분여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인데다가 고도차도 기껏해봤자 100여미터밖에 안될 정도이다.
그 능선봉에서 산을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의 움직임이 리드미컬해 보인다. 이상하게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빤해보인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가므로 목적지는 동일하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은 그들이 모두 하얀 설사면 위에서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게 포착되는데 그게 리드미컬하게 느껴진다는 말이다. 그만치 능선봉은 오늘따라 정상까지의 거리를 지호지간으로 좁혀놓고 있다. 날씨가 맑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구불구불한 모퉁이를 돌아 마침내 정상이 정면으로 보이는 공터에 서면 커니스 진(눈이 바람에 불려 능선에 모여 처마를 이룬 것) 눈 더미 오른쪽으로 난 다져진 눈길을 따라 정상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신비로워 보일 수가 없다. 이 일대 사면은 올해와 같이 가문 날에도 거의 1미터에 가까운 눈이 쌓여있는 지대이다. 바람이 거센 날 설연이 날려 정상일대를 뿌옇게 가리우고 그 위로 맥잃은 태양이 덩그러니 떠 있을 경우 계방산의 겨울은 가장 빛나는 순간이 되는데 올해는 타이밍이 맞질 않아 그런지 정상까지의 산행이 평온하기만 하다. 그러나 거뭇거뭇한 나무등걸이 하얀 설사면을 배경으로 음울하게 서 있는 풍경은 수묵화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음지의 설사면은 훌륭한 화선지가 되어 주고 나무들의 회색수피는 번지는 먹물로 그린 듯이 그렇게 해맑지는 않지만 너무도 선명하게 흰 산사면에 서 있다. 이런 그림들이 우리산행을 그저 단순히 유쾌한 것 이상으로 만들어주는 핵심적인 요소라는 것을 산을 찾는 사람은 터득해둘 필요가 있다.
오늘은 특별히 힘들 일이 없었다. 아내가 정상까지 올라오게 걸음을 완만히 하고 여유를 갖고 산행을 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2시간 30분여의 산행이면 한국 제5위의 산의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서면 발왕산, 가리왕산, 날씨가 아주 맑은 날은 가리봉, 대청봉도 보인다. 겨울의 계방산은 2월 하순께가 정점인듯하다. 설화와 심설... 매년 한번씩 계방산을 찾는 이유는 십수년전 거의 1미터의 폭설이 내린 다음날 따라나선 심설산행의 매력이 두고두고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땐 운두령에서 능선으로 올라선뒤 오버트로저를 입은 사람들이 차례로 럿셀을 하면서 올라갔는데 30분에 겨우 2백미터 정도로 진행했던 것 같다.

정상에 올라 온 느낌이 별다른 것일 수는 없었다. 뿌듯한 성취감이 그것이다. 그런 흐뭇한 느낌은 광활한 조망을 향유할 수 있는 높이를 전제로 한 것일 수 만은 없었다. 산행이 하나의 의식이라면 정상에 오를 때 이미 의식의 핵심은 통과한 셈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의식이 전부 끝난 것은 결코 아니다. 아니 산을 내려와서 산행에 종지부를 찍고 산행기를 써버린 후에라도 그 산행은 끝난 것이 아니다. 영원히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다면 말이다. 계방산은 남한 제5위(한라, 지리, 설악, 덕유에 이어..)의 산답게 조망이 좋은 산이다. 겨울에는 찾는 사람이 많다. 운두령으로 올라왔다가 운두령 옆 능선으로 내려가 삼거리에 도착하는 방법이 있고, 정상에서 오대산쪽으로 가다가 이승복생가로 가는 방법도 있다.


교통편숙박

교통: 동서울터미널-강릉 또는 주문진행 탑승, 진부에서 하차. 진부- 운두령 (하루 8회 운행 홍천군 내면행 버스 탑승 운두령에서 하차) 노동리-진부: (버스하루 8회운행)

계방산장모텔(033-333-5600 강원 평창군 용평면 노동리), 칠백리조빌(033-333-5341), 귀틀집 구들학교(민박 033-333-4411) 이상 노동리일대. 속사에도 숙박시설다수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