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산 1341m

위치: 강원도 홍천군 내면 - 인제군 상남면
코스:살둔-숫돌봉-첨석봉-개인산정상-남릉-살둔
드라이브 안내:서울-홍천-구성-율전-창촌-광원리-상남행도로표지-생둔(상남으로 연결되지 않음)
숙박: 생둔쉼터민박(최철순)0366-435-5606
래프팅:월든 래프팅(0366-435-5611)
산행:<>살둔코스 - 7월 22-1999

<> 사진, 별도화보, 지도(산행기텍스트포함) -->그래픽판
싱그러운 생명의 산, 길찾기 어려워 초보자는 힘든 코스

내린천은 오염되지 않은 강이다. 동강이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지만 갈수기가 되면 그 물빛은 흐릿해지고 있다. 상류에 오염원이 있기 때문이다. 정선, 고한 등 큰 마을이 있는데다가 무엇보다도 광산이 있어서 이들지역을 흘러가는 동남천은 여간해서 맑아지는 일이 없는 하천이다. 동남천은 동강이 시작되는 가수리 근처에서 동강으로 흘러든다. 그러나 내린천에는 인제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큰 마을이 없다. 그래서 강은 언제나 맑다.
우리나라의 여름휴가는 대개의 경우 장마가 끝나면 시작된다. 장마기간에 내린 비는 갈수기동안 잔뜩 끼인 개울의 물때를 씻어내어 큰 개울, 작은 개울 할 것 없이 소는 투명한 푸르름으로 고이게 하고 개울의 바윗돌은 하얗게 씻기워져 작열하는 햇살에 빛난다. 개울과 강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장마는 마음을 가다듬고 깨끗이 준비하는 셈이라고 할까? 금년엔 이런 과정(장마기간 동안 비가 오지 않았다)이 없어 내린천물이 얼마나 깨끗해졌는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우리나라 대표적인 청정계곡인 내린천을 이 여름에 찾는 것은 마치 목마른 자가 샘터를 찾는 것과 다름없는 일일 것이다.
개인산이나 한니동쪽에서 방태산을 오르기 위해 상남에서 미산리로 들어오며 바라본 방태산과 개인산 자락의 내린천의 모습은 제법 큰 강으로 바뀐 개울이 큰 산을 만날 때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의 본령을 보여주었다. 강을 만나 단애를 이룬 제법 높은 방태산 자락이 물에 씻기워 수직의 긴 매끄러운 병풍바위를 산자락을 딸 강물위에 펼쳐놓고 단애아래에 형성된 길쭉한 소는 상당히 깊어 물빛이 푸르러 단애 반대쪽인 미산리로 가는 길아래의 작지만 길다랗고 하얀 모래사장이 형성되어 물가로 내려가고픈 곳이 나타난다. 내린천에 왔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런가 하면 미산리의 잠수교를 지날 때 물을 내려다 보면 내린천이 얼마나 맑은지 금방 알 수 있다. 맑고 푸른 강이 먼 강원도 내륙 심원한 곳과 골짜기 골짜기를 구비구비돌아 마침내 닿은 곳, 거봉 아래를 흐르는 협곡성 하천의 오밀 조밀한 모양과 그리로 흘러가는 강의 여울과 소를 보면서 물을 건느고...그러면서 방태산, 또는 개인산으로 접근하는 과정은 산행을 위한 훌륭한 서막이라는 것을 그동안 이곳에서 여러번 경험했다. 내린천이 있기에 그런 과정이 없는 개인산행, 방태산행을 생각할 수조차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개인산을 찾는 목적의 상당부분은 내린천을 보고싶다는 바램이 차지했던 것 같다.
장마가 끝났다는 예보가 있은 다음날 개인산을 올랐다. 역시 내심으로는 내린천을 보고 싶다는 바램도 상당부분 차지했다. 개인산은 초본류의 종과 나무의 종류가 다양한 산이다. 야생화가 피어 있는 주능선의 산행은 상쾌하기 그지 없지만 산행 시작후 두시간은 급경사와 돌밭오르기의 험난한 과정을 참고 견뎌내야 한다. 하산할 때는 더욱 어렵다. 내려올 때 계곡으로 빠지지 쉬운데 비가 없는 장마이긴 하지만 습기찬 계절엔 계곡산행은 위험으로 가득하다. 이끼가 물을 머금어 발을 내딛는 각도 여하에 따라 영낙없이 미끄러진다. 모가 없는 굵은 돌들이 메우다 시피 가득한 계곡에서 미끄러진다는 것은 이차적 충격을 예고하여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개인산을 누군가 생명의 산이라고 했다. 취나물등 산나물이 지천인데다 동자꽃, 금강초롱, 사초류 등 다양한 야생화와 풀이 피고 자라는 산록과 주능선에서 이말을 실감할 수 있다. 초본류가 자라지 않는 한뼘의 공터라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온 산이 초본류로 그득 채워져 있다고나 할까? 밋밋한 육산인 개인산은 산세로 주목을 끄는 어떤 지형지물도 갖고 있지 않다. 숫돌봉과 침석봉에는 단애가 있지만 숲으로 뒤덮여 있어 산의 남쪽아래 내린천변 길에서는 눈을 씻고 보아야 겨우 보일 정도이다. 그러나 개인산에 오르면 구룡덕봉에서 시작되어 서쪽으로 뻗어간 방태산 능선의 준봉들인 주억봉, 배달은석, 깃대봉, 1436미터봉등과 동쪽 의 구룡덕봉 등 볼만한 경관이 시야를 사로잡는다. 대개인동계곡을 사이에 두고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파도치듯 일렁이는 굿센 스카이라인의 장대한 조망은 호연지기를 맛보기에 적절한 가슴 두근거리는 경관을 펼쳐준다. 그러나 가장 볼만한 것은 주능선의 품넓은 잔등이에 그득한 초본류와 그 꽃들이다.
이 분야의 무지가, 대덕산에서의 초원과 야생화천국에 이어 다시 한스러워진다. 대개인동에서 개인산 정상에 올랐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 산행깃점은 살둔으로 잡는다. 살둔에서는 개인산의 원점회귀형 산행이 가능하다. 창촌에서 구룡령으로 가는 길로 가면 상남으로 빠지는 이정표가 나온다.(미산리 일대 내린천변의 도로공사가 끝나지 않아 아직 상남으로 갈 수 없다) 미끈하게 포장된 이 도로는 내린천과 나란히 달린다.
한참 가면 길은 고개를 올라간다. 고개 턱에 올라와 구비를 돌기시작하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분기된 비포장도로가 고냉지 채소밭 옆으로 보인다. 이곳에서는 내린천은 직접 보이지 않고 골짜기가 내려다 보일 뿐이다. 가파른 비포장도로를 내려가면 잠수교형 낮은 다리가 나오고 내린천이 좁은 협곡을 사행하며 흘러와서 다시 구비를 돌며 흘러가는 광경이 보인다. 다리를 지난 뒤 내린천을 따라난 길로 한참 들어가면 야현골이라는 골짜기가 나온다. 개인산의 남쪽 골짜기이다. 이곳에서 강을 따라 조금 내려오면 개인산-침석봉-숫돌봉으로 이어지며 내린천을 밀어내 물구비를 이룬 길다란 능선이 뻗어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산행은 능선의 끝머리인 이곳 생둔1교앞 민박집 뒤쪽 능선에서 시작하지만 오늘은 그곳까지 가는 수고를 생략하고 시간도 절약하기 위해 이 능선의 중간지점에서 산을 오르기로 한다. 이 코스는 내린천을 건너갈 필요가 없어서 안심이 되었다. 소개인동 앞
개인산의 또렷한 산길은 능선 너머 소개인동쪽에 있어서 이곳 살둔에서의 산행시 코스덕을 볼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살둔 산장으로 가는 길에서 보이는 감자밭뒤로 조금 낮은 능선이 내린천으로 긴 꼬리를 뻗친 능선의 중간을 겨냥하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 것은 12시 30분. 길과 상관없이 이 능선으로 먼저 올라 능선을 따라 개인산으로 오르기로 한다. 밭을 지나 골짜기로 들어서니 능선으로 올라갈만한 산록은 굵은 돌이 많고 나무가 울창한데다 덩굴식물이 머리를 디밀 조그만 틈도 보이지 않아 길을 내기가 어렵다. 그대신 골짜기 바닥은 돌은 많으나 대체로 평탄하고 오르기도 좋고 무엇보다 숲의터널이 뚫려있어 잔가지를 밀어부치며 올라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앞이 계속 틔어있다. 덩굴이 앞을 가로막는 등 장애물이 나올 때까지는 일단 그냥 골짜기길로 올라가기로 한다.
내린천과 나란히 뻗어 살둔산장까지 연결되어 있는 길을 걸을 때는 훅훅 찌는 한여름 낮이었지만 숲속으로 들어오자 금방 땀이 가실 정도로 숲안의 공기는 청랭하다. 그러나 어쩌다가 훅하니 습기찬 더운 공기가 냉기류와 섞이면서 동시에 피부를 스치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팔은 가을, 얼굴은 여름이 되는 셈이다. 겨냥하고 오른 능선은 500미터 아니면 600미터쯤되는 것으로 보였는데 올라가도 올라가도 능선은 나오지 않는다. 드디어 덩굴이 앞길을 가로막고 길바닥은 고사리류가 그득 자라 바닥이 보이지 않는 사실상의 너덜지대를 이룬 곳이 나타난다. 미끄러지는 몸을 가누기위해 어느 관목나무 가지를 잡았더니 모기인지 아니면 가시인지 바늘로 기총소사를 하는 듯 뭔가가 팔쭉지 여남은 군데를 찔러온다.
처음엔 모기라고 생각했지만 그와 같은 일이 두어번 반복되어 팔뚝에 모기가 문 흔적같은 부기가 생겼지만 모기는 아닌 듯하다. 고도가 800미터를 넘는데도 능선이 나오지 않고 여전히 된비알이 계속된다. 능선으로 가기를 포기하고 이왕 오를 산이면 기어오르기가 조금 나은, 소나무가 이따금 나오는 오른쪽 산록비탈면으로 가기로 한다. 몸이 조금이라도 기울면 손으로 땅을 짚으면 될 정도로 급경사다. 그대신 덩굴숲을 헤쳐야하는 어려움은 없어졌다. 이런 산록길을 한참 올라가니 암릉이 나온다. 일대는 희한하게도 금강소나무 군락지이다. 누가 이곳에 가져다 심었을 리는 없을 터이니 자생림이 분명하다. 규모는 작지만 하늘로 죽죽 뻗은 홍송의 둘레가 몇 아름은 될듯한 거목들이다. 이런 송림이 산을 뒤덮고 있었을 때를 상상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로써 불교문화의 융성을 증언하는 그많은 가람들의 경영이 가능했던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추론은 불가능할까?
잠시동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땀을 식힌 뒤 다시 산오르기를 계속한다. 닭이봉처럼 정상일대가 빤히 보이던가 하면 좋을 텐데... 개인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조망대 같은 곳은 영 나오지를 않는다. 이날 개인산을 볼 수 있었던 곳은 숫돌봉과 침석봉 부근의 암릉에서 겨우 숲사이로 조금 보이는 조망밖에 없었다. 숲이 울창한데다 모든 활엽수들은 제세상인양 가득 잎들을 달고 있어서 숲안은 햇볕도 잘 안들어올 판이니 조망이 좋을리가 없다. 그리고 암봉이나 단애가 없으니 그럴듯한 전망대도 있을 리가 없다. 한참 올라가는데 가만히 보니 암릉위다. 암릉 저쪽은 자일이 없어 내려가기가 어렵다. 바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까 금강송 군락일대의 바위에 이어 개인산 남쪽 산록에서는 처음보는 거대한 규모의 바위이다. 소나무가 군데 군데 서있고 이끼가 덩어리를 이루어 석면 여기저기에 붙어있다. 되돌아 나와 바위옆으로 난 길을 걸어 올라가는데 비가 내리다가 금방 멎는다. 적어도 오늘은 비가 이쯤 해줬으면 싶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산행시간은 늘어날 것이다. 야간산행을 해서라도 8시쯤이면 산행을 끝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인데 판단이 빗나가고 있었다.
암릉을 돌아 올라오니 비로소 주능선이자 숫돌봉이다. 숫돌봉이 연상시켜준 것은 암봉이었지만 아까 올라오면서 막다른 낭떠러지를 본 암릉이 숫돌봉에 이름을 준 문제의 바위인 모양이다. 또 하나의 단애가 있었지만 봉우리는 엄연한 육산으로 넉넉하고 봉긋한 모양을 하고 있고 그나마 싱그러운 초원을 이루고 있어서 봉우리란 느낌은 들지 않는다. 뒤에 나온 침석봉도 마찬가지였다. 부근에 단애가 있었지만 봉우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역시 초본류가 왕성하게 자라는 초원과 숲의 나라였다. 침석이라는 것은 다듬잇돌을 말한다. 길 근처에서 이런 단애나 암봉을 찾아보지는 못했다. 침석봉에 도착하니 4시 10분이다. 산행을 시작한 지 2시간 40분만이었다. 평탄한 곳없이 고도 800여미터를 오직 급경사산록으만 올라온 것이다. 산록은 사초류가 발에 감기고 취나물 등 각종 신선한 향내가 나는 초본류등으로 뒤덮여 있으나 산길은 또렷한 편이었다. 2시간여만에 산길다운 산길을 밟게 된 것이었다. 이 길은 살둔산장에서 올라오는 길임이 분명했다. 능선은 초대형 온실처럼 왕성하게 자라는 초본류의 왕국이었다. 대덕산에 올랐을 때의 광경이 연상될 정도로 풍부한 식물나라, 그것이 개인산의 본 모습이었다. 주능선의 육덕좋은 밋밋한 산록은 거목 신갈나무숲 지대다.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나무들 사이에 전개되는 초원은 그렇게 풋풋하고 신선할 수가 없다. 숲의 녹색 어둠을 배경으로 하얗게 떠있는 작은 구름같은 터리풀, 주황색에 가까운 노란색의 동자꽃, 금강초롱, 산쥐손이, 바위위에 무리지어 환희를 구가하는 애기기린초, 그리고 이름모를 온갖 초본류가 지천으로 자라는 주능선을 걸어가면 마치 천국의 화원을 산책하는 기분이 든다. 아직은 꽃의 종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8,9월이 되면 능선의 광대한 사면은 가을 꽃밭으로 바뀔 것이다. 박새는 초봄에 눈속에서도 탐스런 커다란 잎이 돋는 풀이다. 이 풀은 7월하순인 이날 이미 황갈색으로 물들어 잎은 줄기를 따라 쪼개지고 중동은 위쪽이 부러져 완연한 가을겆이철의 모습으로 조락의 세월에 접어든 형태다. 박새에겐 가을은 이미 와 있는 것이다.
침석봉에는 공터가 있고 나무가지에 리본이 잔뜩 매여 바람에 나폴거리고 있다. 조망이 없는 평탄한 곳이다. 침석봉을 지나 20여분 평지같은 산길을 가면 길가에 높이 3,4미터 길이 4,5미터쯤 되고 위가 평탄한 큼직한 바위가 하나 나타난다. 위엔 잔디류의 폭신한 풀들이 자라고 이끼도 자라는 반듯한 모양의 특이한 바위다. 개인산에 다듬잇돌을 연상시키는 바위가 달리 없다면 이 바위야말로 침석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 바위위에 올라가면 고목옆으로 깃대봉에서 주억봉을 거쳐 구룡덕봉에 이르는 상당부분 1400미터를 넘는 거대한 능선이 개인동계곡 너머로 보인다. 그리고 개인산에서 구룡덕봉으로 뻗은 높은 능선과 능선봉도 함께 보인다. 깊은 계곡을 끼고 서로 바라보고 있는 방태산능선은 삼각형으로 솟은 주억봉을 정점으로 거대한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다. 나뭇가지에 막혀 조망은 상당부분이 불완전한 채이고 그나마 주변의 봉우리가 제대로 보이는 곳이 흔하지 않는 개인산에서는 좋은 전망대 역할을 한다. 어디로 보나 비슷비슷한 산들이지만 그것이 하나의 계곡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을 때 그리고 그 계곡이 조금 깊고 그 능선이 조금 높을 때 이리도 감동적인 모습이 되어 주는구나 하는 감탄과 한숨(생각같아서는 구룡덕봉-주억봉-배달은석-깃대봉을 거쳐 방동리로 내려가고 싶은데 하며)이 저절로 나온다. 참으로 장대하고 호연지기를 불러 일으키는 멋진 장면이다.
다듬잇돌바위에서 다음 봉우리까지는 20여분 걸렸다. 웃자란 풀섶을 헤치며 도착해보니 하나의 봉우리가 확실하다. 개인산 정상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리본도 붙어있지않고 공터같은 곳도 없다. 이곳은 정상이 아니었다. 5시 10분에 도착하여 거목 신갈나무 숲아래 왕성한 초원을 찾아보니 삼각점이 보인다. 그래서 순간 여기가 정상이구나 하고 생각한 것이다. 숲사이로 구룡덕봉쪽을 보니 한 20분쯤 갈 수 있는 거리에 하나의 야트막한 봉우리가 보인다. (이것이 정상이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와의 고도 차이는 20미터이다).
이 정상에서 남릉을 타고 내려가면 골말이라는 내린천변마을로 내려선다. 그런데 상기한 1321봉에서 그만 남릉으로 내려서고 만 것이다. 산행초기의 급경사산록에서 지도를 잊어버려 방향을 체크하지 못한 것이 오류를 범한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상당부분은 짐승의 길인지 사람이 다닌 길인지 희미한 길이 보여 한동안 능선을 따라 계속 내려갔다. 그런데 어쩌다가 보니 급경사 너덜지대의 덩굴숲이다. 길을 놓치고 45도가 넘는 대단한 된비알 사면을 내려가고 있었다. 이 산록길은 경사도가 엄청난 된비알인데다 숲으로 뒤덮인 너덜지대여서 애를 먹을 만큼 먹었다. 바닥에 내려서기 직전의 덩굴숲은 악몽과 같다. 그러다가 개울로 내려선다. 바닥에 내려서니 굵은 돌들 사이로 계류가 흐르는 대개인동계곡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골짜기안 분위기는 대개인동 계곡과 흡사한 계곡이었다. 원래는 기리매골로 내려서기로 한 것인데 한골짜기 서쪽계곡으로 내려섰던 것이다. 냉기류가 계곡안에 깔려있어서 덥고 숨이 턱에 닿을듯한 몸을 금박 식혀주고 진정시켜준다. 계류의 물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이가 시릴 정도로 차기도 하고 맛이 깔끔하기도 해서 피로와 더위가 한꺼번에 날아간다. 그러나 문제가 심각해졌다. 계곡안의 돌들은 물속의 돌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돌들이 이끼에 물을 먹어 미끄럽기가 기름바른 방바닥같다. 두 발에만 의지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바위에서 넘어지면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미끄러진 바위옆의 둥글게 튀어나온 바위로 인한 이차적 충격으로 큰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 두손을 적절히 구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숲속이라 어두운 곳에서는 헤드랜턴까지 켜고 조심조심 걸어내려가니 계곡가로 넓은 초원이 보인다. 개울을 건너 초원으로 나오니 또렷한 산길이 나온다. 내린천이 저아래 내려다 보인다. 순간적으로 긴장이 풀리며 이젠 됐다고 하는 속삭임이 나모르게 나왔다.
삼각점에서 큰길까지 2시간 30분이 걸렸으며 총산행시간은 7시간 10분이 걸렸다.

내린천:

광원리에서 상남으로 가라는 도로표지는 정확히 말하면 거짓말이다. 도로는 중간에서 끊겨 상남까지는 결코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왜 그런 도로표지가 버젓이 걸려 있을까? 이곳일대의 주민들의 이해관계(추측) 때문인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그 도로표지판에 속아(?) 살둔방면으로 들어왔다가 그곳 내린천변의 뛰어난 경관을 보고 잘왔다고 생각할 것이기에 결국 그것은 거짓말이라도 생산적(?)인 거짓말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살둔에서 미산리까지의 도로공사는 앞으로도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공사가 난공사라는 점에다 지방재정으로 인한 건설공사수주액 집행의 문제 때문에 공기가 한없이 늦어진다고 일단 추측해볼 수 있다. 개인산을 올라가는 사이에 바위를 깨어 밀어부치는 온산을 떠들썩하게 하는 포클레인 소리가 혹시 그 도로공사장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가싶다. 현재까지 완성된 도로만 봐도 도로는 내린천의 절경을 결정적으로 훼손하고 있어서 저 방자한 포클레인 소리를 멈추게 하라고 산정에서 끝없이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고 어느 점에선 그것은 절망의 표현일 수 있었다.
광원리에서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송림이 나타난다. 송림은 야영도 가능하고 민박집겸 식당도 있다. 조금 더 가면 물굽이가 나오면서 푸른 소가 단애아래 펼쳐지는 아름다운 곳 곧 모래소 유원지의 하얀 모래밭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내린천은 감입사행을 본격화하여 길게 뻗은 낮은 능선을 감돌아 흐르기를 반복한다. U자형태의 물굽이의 중심에는 반드시 높지않으나 양쪽이 단애로 형성되고 능선 날등엔 소나무가 우거진 소규의 반도가 물안으로 깊숙이 뻗어나와 있다. 이 소규모 능선을 보면 그 앙증스러운 멋에 가슴이 뛴다. (동강 백운산 사진 가운데 이런 능선이 보이는 사진이 한장 있다-동강 백운산 참조) 우선 그 능선에 서뿔리 다가갈 수가 없다. 능선 양쪽이 단애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능선의 폭이 좁고 암릉을 이룬 곳이 많아 작은 능선 날등을 타기도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소나무가 줄이어 우거지고 단애끝에 서서 푸른 내린천 물을 내려다보는 것은 너무도 재미있는 일일 듯하다.
모래소 유원지에서 미산리가 가까운 소개인동까지가 개인산 자락에 속한다. 모래소유원지에서 강을 따라 내려가면 차는 능선을 치올라가게 되고 길게 뻗은 소규모 지능이 보이면서 깊숙한 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이른다. 여기서 오른쪽 비포장 도로를 내려가면 잠수교형 간이다리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개울을 따라 내려가면 개인산 남쪽 골짜기인 지리매골이다. 이 지리매골 입구의 민가에서 생둔쉼터 민박집까지의 내린천이 절경을 이룬 곳이다. 도로는 능선을 넘어가기 때문에 다행히 훼손을 면한 곳이다. 한쪽은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비포장 길이인데다 평지여서 훼손과는 거리가 멀어 일대의 경관이 잘 보존된 구역이다. 강변엔 숲이 울창하여 강변으로 내려가기도 힘들지만 접근로가 한군데 있어서 물가로 내려가볼 수 있다. 야현골아래서 여울을 통과하느라 시끄럽던 물이 커다란 바윗 덩어리들이 무질서하게 개울 바다에 널려있는 곳을 통과하면서 여러개의 물줄기로 나뉘어 흐르다가 깊고 긴 소와 소주변의 단애며 모래톱에 이르러 한숨 돌리는 아름다운 협곡비경이 펼쳐지는 승경이 이곳에 있다. 강변 큰 바위위에 앉아 맞은 편 산록의 울창한 숲이며 물에 발목을 잠그고 있는 단애와 개울속의 무수한 큰 바위들을 바라보면 내린천 경관의 분방한 구조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위에서 말한대로 올여름 장마기간동안엔 변변한 비가 없었던 터라 물빛깔이 투명하지 못하고 바위의 태깔이 별로 깨끗해보이지 않는 것은 오로지 날씨탓이다.
개인산 산행을 마치고 야영텐트의 슬리핑백에서 골아떨어진 다음날 아침 일찌기 일어나 어제밤 전화를 걸기위해 언덕너머 생둔민박집으로 내려가는 길의 비포장도로에서 야생토끼를 만났던 광경과 민박집분위기며, 잠수교 다리 아래켠에서 가스등을 켜놓고 그물로 고기를 잡느라 야단들인 사람들의 환호성이 생각난다. 토끼는 헤드라이트 불빛 속에서 한동안 멈칫하여 달아나지를 못한다. 고개를 넘어 내려가니 불빛이 훤한 곳이 나타난다. 이곳이 생둔 민박집이었다. 젊은 부부 몇쌍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도란도란 초저녁 어둠 속에서 먼 도시의 얘기를 주고 받는 대화를 얼핏 들으니 멀고먼 나라의 한가한 얘기같다. 최철순씨의 생둔민박은 생둔1교가 끝나는 곳에 자리잡았다. 생둔1교에서는 날이 맑으면 개인산이 바로 앞에 보인다. 민박집에서 며칠 보내면서 민박집 뒤로 난 넓은길로 야현골까지 산보를 하거나 물가로 가서 내린천 비경을 바라보는 맛이 보통이 아니다. 안개가 오락가락 하는 개인산 자락이며 아침햇살이 어린 내린천 협곡의 물빛도 정답기만 하다. 길가에 달맞이꽃이며 망초꽃이 흐드러지게 피고있고 개인산이 도로와 만나는 인근의 단애와 울창한 수림도 아침의 습기찬 대기속에서 보면 생명의 입김처럼 신선한 녹색으로 뒤덮여있다. 그속에 호된 된비알과 너덜지대를 감추고... 아침 안개가 걷히는 듯하다가 빗방울이 떨어지면 종종 걸음으로 민박집으로 돌아가는 젊은 아버지와 일곱, 여덟살의 아이들.

개인산 산행지도

개인산의 특징

수종과 초본류의 종이 다양하다.
산록의 아래쪽은 숲이 덮었건 덮지 않았건 반 너덜지대이며 급경사이다.
계곡은 굵은 바위와 돌이 널린 청정계곡이다.
여름엔 조망이 거의 없다.
산길찾는데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