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1084m

위치: 대구 광역시 달성군 유가면, 옥포면, 가창면 - 청도군 각북면
코스: 굿밭골-계곡-능선-암릉-주능선-조화봉-대견사지-주능선-정상(대견봉)-도성암-유가사
교통: 대구-현풍(서부터미널에서 창녕, 우산행 직행버스 탑승, 현풍에서 하차)
현풍에서 유가사행 버스탑승.
숙박: 비슬산장(민박, 유가사아래에 위치:053-614-2071) 비슬산 자연휴양림(053-614-5481), 승용차는 600미터 아래쪽에 있는 주차장(요금 3000원)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올라가야 한다. 주차장에서 짐을 싣고 가기위한 간이 리어카가 준비되어있다. 산막 이용료 1일 5만원, 입장료 1000원. 야영데크 이용료 5000원.
비슬산 화보
비슬산 화보2
비슬산2010-->

산행:


사진: 960봉 암릉

비슬산은 전국적으로는 대구의 팔공산에 비해 훨씬 알려지지 않은 산에 속한다. 그래서 이 지역출신 정객이 비슬산의 국립공원화를 추진한다고 했을 때 일부에서는 비슬산이 국립공원이 된다면 국립공원 안될 산이 없을 것이라는 폄하를 했고 그것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번에 올라가본 비슬산은 비록 국립공원화를 추진하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명산에 걸맞는 많은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 산임이 밝혀졌다. 가장 최근에 산행한(4월 26일) 내장산과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밖에 없었는데 내장산의 한 코스인 원적암-불출봉-서래봉능선과 이번 산행코스였던 굿밭골-능선-암릉-조화봉-대견사지-정상 코스가 내장산의 상기한 코스보다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깨끗한 점과 조화봉의 아름다운 경관을 생각하면 비슬산이 한수위라는 생각이 든다. 산이 주는 감동도 비슬산은 아주 다이내믹했다. 정상아래의 단애가 그렇고 전체적인 형상이 거봉에 걸맞는 경관으로 다가왔다. 비슬산은 정상인 대견봉과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조화봉으로 이루어지다시피 한 산이다. (비슬산의 이름에 대해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억은 없애버리는 것이 좋다. 봉우리 이름들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원래 정상의 이름은 천왕봉이었다. 그것이 대견봉으로 바뀌고 팔각정 전망대가 있는 산은 대견봉에서 조화봉으로 바뀌었다. 일부 산행지도에는 이 봉우리의 이름이 대견봉으로 되어있어 혼란을 부채질한다. 그리고 조화봉이란 이름이 붙은 남쪽의 높은 봉우리는 칼바위로 바뀌어 불리고 있다.)
비슬산이 한 수 위라고 했을 때 그것은 산의 형상이 주는 감동을 전제로 한 말이다. 비슬산은 정상의 모양과 주위 봉우리들의 모양이 아주 인상적이다. 산의 형상이 주는 감동이 특정산 산행의 전체적인 감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분명하다면 비슬산은 그런 점에서 강열한 인상을 주는 산형상을 지니고 있다. 비슬산의 이러한 인상은 주로 정상일대가 펑퍼짐하면서 서쪽이 장대한 단애로 마무리되고 있는데 기인한다. 동남으로 뻗은 능선중 정상부에 해당되는 능선은 꽤 길어 수직선과 완만한 호(arch)같은 수평선이란 단순한 요소의 조화 및 바위와 초원의 상이한 색채의 배합에서 오는 경쾌미에 속한다. 이것이 산봉우리의 보편적 특성을 무시한 독창적인 형상이기 때문에 인상에 오래 남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진: 능선봉 988봉의 억새

비슬산의 강열한 인상을 매개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있다면 조화봉-대견사지능선에서 바라보기에 비슬산 정상이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다는 데 기인한다. 적당한 거리란 중경이라는 이름의 경관에 속한다는 말이다. 조화봉에서 보았을 때 비슬산 정상은 결코 원경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근경도 아니다. 중경의 그림속에 거봉이 들어있을 경우 그 봉우리는 상당히 강열한 인상을 준다는 것은 설악산 안산을 바라보는 1398봉 능선에서 경험한 바 있다. 이때 중간지대에 해당되는 것이 초원이나 숲으로 뒤덮여 있다는 점에서 안산과 비슬산의 인상을 강열하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조화봉에서 대견사지로 가는 능선엔 바위가 많다. 그래서 이곳 자치체에서는 한바위니, 형제바위니, 스님바위니 하는 알루미늄 팻말을 붙여놓고 길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고 하고 있다. 물론 비슷한 바위도 있지만 억지춘향이 격인 바위도 있다. 이런 작다란 바위들에 주목하기 보다는 이곳능선에서 조망되는 광활하고 장대한 경관과 정상 조망의 미학적 설명이 오히려 사람들의 산경관조망에서 잊고 있었던 부분을 일깨워주고 산을 보다 근원적으로 사랑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하나의 덩어리로서의 산이 주는 인상은 산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는다. 그것은 인간의 심성에 산과 같은 어떤 요소를 심어준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산행기:

이번 비슬산 산행의 코스 깃점은 굿밭골 아래 산불감시초소였다. 감시인들의 양해를 구하고 계곡으로 올라가면 촛불기도를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여기저기 보인다. 어떤 지도에 보면 이 계곡의 이름이 구밭골이라고 되어 있는데 굿밭골이 맞을 듯하다. 촛불기도를 금지한다는 것은 무당들이 굿을 하되 초를 사용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굿밭골은 굿을 많이 하는 골짜기가 아닌가 싶다. 실제로 푸닥거리를 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는데 이 골짜기가 그런 연유로 굿밭골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음이 분명해 보인다. 골짜기의 초입부부근은 아까시아 숲이 조성되어 있는데 꽃이 피어 향기가 물씬물씬 바람결에 날려온다.
20여분 올라가면 삼각봉인 조화봉의 우뚝 하늘에 치솟은 암봉형태가 비슬산에 왔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산에 왔는지 짐짓 의문이 들게 하는 전혀 이색적인 계곡풍광과 스카이라인이 펼쳐진다. 굿밭골에서 본 조화봉의 모습은 빼어난 미봉으로 손색이 없다.
양쪽 산등성이가 바위로 된 좁은 골짜기로 들어서면 산경치는 더욱 아름다워지고 계곡은 둘로 나뉘는데 계곡경치가 좋은 오른쪽 계곡으로 올라가면 소재사와 자연휴양림 윗쪽으로 가게 되고 골짜기 규모가 작은 왼쪽 숲속길로 들어가면 960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된다. 오른쪽 계곡으로 들어가다가 생각을 바꿔 다시 내려온 뒤 왼쪽 계곡으로 들어간다. 물빛이 조금 흐린데다가 깊은 골짜기에 들어와서까지 인공 구조물들을 보는 것이 웬지 싫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왼쪽 계곡길로 들어서서 개울물을 바라보니 물빛이 투명했다. 물병에 물을 가득 담고 숲속을 올라가면 왼쪽 능선으로 올라가는 울창한 소나무숲속이다. 오늘(5.6일)은 낮기온이 29도까지 올라간다는 더운 날이다. 물준비가 부실했다가는 큰일이라고 생각되어 물을 많이 지고 올라간다. 그러나 산위의 대견사터에 물맛이 아주 좋은 샘이 있으므로 초장에 적당히만 가져가면 된다. 이코스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 그런지 주위가 깨끗하고 모든 게 싱싱해보인다. 소나무숲속 솔가리 길은 여름엔 시원하여 올라가는 맛이 그저그만이다. 오늘은 쿨맥스 티셔츠바람으로 올라가는데 간간이 불어오는 미풍에 땀이 빠져나가는지 시원한 산행으로는 울창한 소나무 숲속 티셔츠바람 산행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기능성의류에 대해 과도한 신뢰는 삼가는 것이 좋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실제로 처음 입고 산행을 해보니 그 시원함은 그냥 지나치게 어렵게 만든다.


능선의 철쭉과 정상

비슬산록의 소나무숲속 산행은 푸른빛 나는 화강암 덩이들이 산록 군데군데에 돌출해있어서 더욱 보기가 좋다. 1시간 30분정도 되면 안부에 도착하여 능선을 타게 되는데 소나무 숲은 잡목으로 바뀌고 조금 올라가면 급경사 암릉지대가 된다. 세미 클라이밍이 필요한 지역이다. 이 부근에 오면 비슬산 정상의 암봉과 단애가 호방한 산세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바로 옆에도 협곡을 사이에 두고 슬랩에 가까운 단애가 병풍처럼 펼쳐져 그동안 여러군데서 본 비슬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경관을 보인다. 홀드와 나무둥치를 잡고 올라선 바위 전망대는 오른쪽으로 협곡을 사이에 두고 높이 치솟은 조화봉(1034m)의 전모를 드러내놓는데 그 호방한 산세와 첨봉처럼 날렵해보이는 암봉의 모습은 비슬산에서는 보기 힘든 경관이다. 굿밭골 입구에서 본 조화봉의 모습 그대로다. 전반적으로 삼각봉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정면으로 보이는 쪽은 균제된 모습의 절리가 수많은 직사각형의 패턴으로 수놓인 전형적인 암봉이다. 화왕산록의 바위가 60도 정도의 각도로 비스듬히 형성된 절리였던 반면 이곳 조화봉의 절리는 수직적이다. 정상에서 골짜기 바닥에 이르기까지가 거의 수직적인 단애를 이룬 조화봉 경관은 압도적이다. 이 걸출한 경관을 보기위해서는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는 이곳 암릉을 타야 한다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산이란 한 발자국만 떼어도 달라지는데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이곳 한적한 암릉에서 진주와 같은 아름다운 경치를 보게 된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 충격은 이정도의 강열한 것이 될줄은 몰랐다. 이 암릉이 조화봉의 조망대로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암릉이라고 할까? 사실 비슬산이라고 하면 산봉우리 하나만 달랑 1000미터 대를 넘어선 봉우리이겠너니하고 생각했던 터라 또하나의 1000미터대 봉우리를, 그것도 화려한 암봉을 지척에서 보게 된 것은 행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비슬산 자연휴양림에서 칼바위쪽으로 올라갔다면 이런 경치를 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코스는 대체로 쉬운 길이라고 한다.
이곳 암릉은 두어군데 조심해야할 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용이하게 올라갈 수 있는 암릉이고 사람이 다닌 흔적은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마지막 전망대로 올라서기전 암릉은 조금 주의해야한다. 오른쪽으로 돌다보면 깊은 낭떠러지가 앞을 가로막는다. 능선 날등을 피해 오른쪽(방금 말한 단애 왼쪽) 바위사이로 올라가면 문제가 없다. 전망대에서 960봉을 바라보면 날카롭게 돌출한 바위들이 들쭉날쭉 포개어진 듯도 하고 원래 온전한 암봉이었던 것이 안으로 엄청난 폭발이 있었던듯 둥그런 형체는 유지하면서 거죽이 파쇠된 바위로 뒤덮인 듯한 암봉이 앞을 가로 막고 있고 능선 오른쪽으로 또 하나의 암봉, 그리고 맨 오른쪽에 높직한 조화봉이 치솟아 있는 경관은 비슬산 주능선에서의 유순한 산의 인상과는 판이하게 다른 바위산들이 축제를 벌이는 모습이다. 드디어 올라선 마지막 전망대는 널찍한 너럭바위로 되어있어서 주변의 경치를 조망하며 쉬기에 적당한 곳이다.
이제 낙동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비슬산 산자락이 끝나는 곳에서 흐름을 잠시 감춘 대하는 유유히 거대한 U자를 정확히 그리며 U턴한 뒤 U자의 왼쪽끝에서 다시 역(거꾸로된)U자를 그리며 현풍쪽으로 접근해오는 것이 아주 리드미컬 해보인다. 사행하는 대하와 거봉의 대화로 그려지는 큰 지도를 내려다보는 심경이다. 이렇게 해서 짧지만 화끈한 암릉은 끝나고 전망대에서 키작은 수림대를 지나 능선으로 나오면 눈에 익숙했던 경관과는 전혀 다른 경관이 전개된다.

음악에서 야단스럽던 스타카토가 끝나고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주제로 되돌아온 기분이다. 비슬산의 특징은 산의 외곽이 암벽지대를 이룬 곳이 많은 반면 안쪽은 평탄한 분지같은 지형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견사지옆 능선에서 북쪽으로 펼쳐진 계곡은 1km에 100미터의 경사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거대한 산사면에 수목이 무성한데 목본, 초본류등 다종다양한 식생환경이 형성되어 있다. 비슬산의 승부처는 말하자면 이곳 수목지대라고 할 수 있다. 내장산이 단풍나무로 승부수를 띄웠듯 비슬산은 이곳 분지의 식생환경을 최대한 보호하고 북돋아 준다면 특징있는 산으로서의 명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띄엄띄엄 철쭉이 멍울져 있거나 피어있는 모습이 보이고 온갖 활엽수들이 각기 다른 초록빛 톤으로 갈아 입은 옷을 뽐내기에 바쁘다.
비슬산의 진달래는 두주일전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4월 25일경이다. 그렇다면 참꽃제가 열린다는 5월 4일에 비해 올해는 거의 열흘먼저 진달래가 피고 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비슬산의 진달래는 키가 2미터가 넘는 나무들이 길가에 빽빽히 늘어선 곳이 많아 배낭이 큰 사람들이 지나다니기에는 괴로울 지경이다. 진달래가지는 워낙 억세어 풀어진 배낭끈을 잡고 놓지 않는 게 일쑤이고 소매를 잡아당기기도 한다.
960봉에 올라와 경삿길을 따라 조화봉으로 가면 산록에 팔각정 전망대가 있고 조화봉은 몇 걸음 더 올라가면 된다. 굿밭골 아래쪽에서 암릉을 따라 올라온 조화봉의 모습이 연상되지 않을 정도로 조화봉정상은 평범한 너럭 바위로 되어 있다. 조화봉에서 대견사지 삼층 석탑이 멀리 보이는데 능선길을 따라 대견사지로 가면서 보는 비슬산 경관이 좋다. 대견사지는 바위 벼랑아래 형성된 널따란 절터로 남쪽은 단애로 되어있고 단애를 내려다보는 끝머리에 3층석탑이 서 있다.
억새는 예상보다 많지 않다.정상으로 가는 능선중 최고봉인 988봉부근에 억새가 많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안부로 내려왔다가 조금 급한 경사로 된 송림속 길을 올라가면 나무가 없는 밋밋한 초원능선으로 바뀌고 능선은 돌무더기를 쌓아둔 곳에서는 마침내 거의 평탄한 길이 되었다가 곧 이어 바위로 된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평탄한 초원능선에서는 대구시가가 내려다 보이고 낙동강이 저녁 햇살을 받고 빛나는 모습이 보인다. 시야는 광활하지만 연무가 자주 끼이는 요즘 같은 초여름 날씨에는 시계가 썩 투명하지는 않다. 이곳 능선에 서면 마치 가리왕산 정상에 온 것처럼 조망이 광대하여 막혔던 가슴 한쪽이 뚫리는 것 같다. 화왕산(남쪽)도 흐릿하게 어림될 뿐이다.
정상에는 산악구조대의 대피소가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조화봉에서의 조망이나 비슷하지만 낙동강이 한결 가까이 보이고 산골분지에서 유가사로 내려가는 밋밋한 구배가 유장하게 내려다 보인다. 하산길은 북쪽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가 도성암 길로 좌회전하여 급경사를 내려가면 도성암이 나오고 도성암에서 유가사로 가는 길은 길이 넓은 걷기 좋은 산길이다. 도성암으로 내려가는 길은 바위투성이 길에다 송림속에 남쪽 벼랑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시원한 조망이 여기저기 있어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비슬산 산행지도 비슬산 참조
비슬산 산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