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1364m
던지동에서 하늘을 찌를듯 앞을 막는 산

위치: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대화리
코스: 대화리 던지골-영암사-정상-북쪽능선-던지골계곡상부-던지골
교통: 상봉터미널-장평(강릉행 버스 탑승, 장평 하차) 또는 동서울터미널-장평(강릉행 버스탑승 장평하차) 장평-대화: 평창시내버스운행, 기타시외버스 운행, 대화4리 앞에서 하차.
숙박:장평과 대화의 여인숙 이용.


백석산은 강원도 평창군에 있는 산이다. 평창에서 대화로 간 뒤 대화를 지나 곧장 나오는 오른편 골짜기로 들어가면 된다.(영동고속도로로 왔다면 대화에 이르기직전 왼쪽 골짜기로 들어간다) 골짜기 마지막 동네인 큰돌(평창-장평도로입구에서 8킬로미터 정도)이 산행기점이다. 평창-장평 가도에서 이 골짜기도로로 들어와 개울을 따라오면 한동안은 시멘트포장도로이나 나머지 절반이상은 승용차로는 밑바닥이 닿지않게 조심하여 운전해야 하는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이다. 골짜기의 오른쪽은 영동고속도로옆 백적산에서 시작된 능선이 남으로 남병산, 그리고 중왕산에서 갈라진 능선은 가리왕산, 중봉, 하봉까지 연결된 큰 산맥이어서 길을 따라가다 보면 높은 산봉우리가 하나씩 골짜기 사이로 버티고 서 있는 것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거의가 1100미터를 넘는 준봉들이다. 고속도로쪽에서 평창방면으로 백적산(1142), 잠두산(1243), 백석산(1364), 중왕산(1376), 가리왕산(1560), 중봉(1433), 청옥산(1255), 남병산(1149)이 이 산맥의 봉우리들인데 서쪽으로 흐르는 물은 대화천으로 모여 평창강이 되고 동으로 흐르는 물은 오대천에 합수되어 정선으로 들어가 조양강이 된다. 그러니까 장평에서 평창으로 오는 23.8킬로미터의 길에서 본 오른쪽 거맥들이 곧 이 산군을 형성하고 있는 산맥인 셈이다.

서쪽은 험한 급경사, 동쪽은 완만한 산록

가지동-던지골로 들어가면서 오른 쪽 골짜기사이로 위에 든 봉우리들 중 하나인 준봉들을 설핏설핏 양념처럼 보면서 산자락을 돌아 조금 방향을 틀어 들어간다. 방향을 돌리자 말자 하늘을 찌를듯이 눈앞을 가로막는 산이 있다. 이 산이 백석산이다. 주봉은 암봉으로 되어 있는 듯 뾰족하게 보이는데 나중에 확인한 것은 암봉이라기 보다 단애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는 것이었다. 이 단애가 밑에서 보면 마치 암봉처럼 보인다. 정상과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능선은 까마득이 높아 보여 속으로 상당히 힘들겠다는 느낌이 스친다. 산행을 시작한 큰돌마을의 해발높이가 590미터 정도나 되는데도 실제 꽤 까다로운 코스였다. 마을을 뒤로 하고 올라가는 산길은 산판길처럼 넓다. 조금 올라가면 밭이 끝나고 낙엽송림이 된다. 낙엽송림을 지나면 왼쪽으로 길을 내고 있는 공사현장이 보이고 조금 더 올라가면 '자연보호'란 큰 글자아래 '백석산 영암사'라고 씌어졌으나 빛이 바랜 커다란 표지판이 보인다. 여기서 오솔길로 조금 더 올라가면 등산로는 오른쪽 골짜기로 접어든다. 수량으로 짐작컨대 골짜기는 깊지가 않다.
이 골짜기에서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골짜기를 조금 올라가면 길은 왼쪽 산사면으로 올라간뒤 지능선으로 접어드는데 그 때부터 영암사에 당도하기까지 급사면이어서 물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영암사의 해발고도가 1200여 미터 되므로 해발고도 600미터를 올라가는 동안 물구경을 할 수 없다. 겨울이건 여름이건 이 급사면을 오르는 일은 꽤나 힘이 들 듯하다. 어느 산잡지의 산행기는 이 구간을 살인적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주능선 아래에 절이 있어서 급사면을 효과적으로 올라갈 수 있게 지그재그로 길을 내놓았다. 따라서 올라가는 데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이런 급사면일수록 여유를 가지고 올라가는 것이 좋은데 대개의 경우 급사면에서의 호흡조정이 서투르다. 영암사까지는 1시간 반정도면 올라갈 수 있다. 지능선은 암릉은 아니지만 곳곳에 바위가 불거져 있어서 암릉같아 보인다. 5월 13일. 이날 산행때 이 암릉 위엔 진달래가 피어있어서 그 분홍빛 꽃잎따라 역광의 햇살조명에 광망이 생겨 윤곽을 빛내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5월 중순의 백석산에는 초록색 한 색깔로 온갖 변조의 극치를 보이는 새닢들이 산록을 수놓고 있는 것이 가장 눈을 끄는 볼거리이다. 그 다양한 초록색 투명한 어린 잎 가지 사이로 문득 문득 피어있는 진달래는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진달래 나무도 땅에 착 달라붙어있는 듯한 높이 50센티정도의 작은 진달래나무가 아니라 가지가 다발을 이룬 높이 2미터가 넘을 듯한 큰 나무들이다. 진달래가 피어있는 바위 하나에 올라가본다. 한 900여미터쯤 되는 지점이 아니었나 싶다.
백석산 정상은 뾰족한 암봉으로 보인다. 암봉은 남쪽으로 조금 떨어져 비슷한 암봉 두어 개를 더 솟구치고 있다. 정상은 마치 도솔봉(충북 단양군 대강면-소백산국립공원)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마을 뒷산에서 시작하여, 완만하게 올라가다가 마지막에 역시 급하게 솟구친 능선과 우리가 올라가고 있는 능선이 하늘로 밀어올린 듯한 형국을 하고 있는 암봉이 그런 느낌을 준다. 하지만 백석산은 서쪽이 급준한 암벽을 이루고 있을 뿐 동쪽은 밋밋한 사면으로 이루어진 육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암봉으로 보이던 것은 주능선 서쪽을 형성하고 있는 일정한 높이의 단애일 뿐이다. 정상과 정상아래쪽 해발높이 900미터 정도 위로는 푸른 색이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삭막한 겨울의 모습 그대로이다. 급사면 길에 자주 보이는 돌들은 대패로 민듯한 평평한 판자형 돌(판석)이다. 너와집의 재료가 될만한 돌들이 많다.

완만한 산록에 핀 끝없는 봄꽃의 화원

급사면을 올라가면 단애 아래 영암사가 나타난다. 처음엔 절에 달린 요사로 생각될 정도로 허름하고 퇴락한 여염집으로 보이지만 이 집이 바로 영암사이다. 절 옆과 앞쪽에 몇 그루의 잣나무가 서 있고 뒤는 주능선 아래의 깎아지른 듯한 단애와 날카로운 암봉이 버티고 서 있다. 암봉위에는 돌무더기를 두어군데 높이 쌓아놓아 위태위태해 보이기도 한다. 영암사는 원래 백석산, 중왕산 일대의 삼을 캐기 위해 심마니들이 지은 집이었던 것이 지금은 절로 변했다고 한다. 절에서 산 아래 던지골은 까맣게 내려다보인다. 좌우로 달리는 능선은 우리가 들어온 던지골 골짜기를 형성하고 있는데 멀리 낮은 골짜기의 산자락에서 녹색은 보다 진한 톤으로 산록을 물들이고 있다. 영암사 부엌 안쪽에 샘이 있다. 이가 시릴 정도로 찬 물이다. 영암사 오른편 절벽아래 갈라진 바위 사이에서도 물이 나온다. 한사람이 옆으로 서서 들어갈 정도의 좁은 공간에서 팔을 뻗어야 물을 받을 수 있다. 영암사에서 마랑치로 가는 길은 오른쪽으로 등고선과 평행선으로 나 있다. 아직은 겨울풍경 그대로의 나목이 갈색톤을 유지하고 있는 능선에 비죽비죽 칼날같이 솟은 단애가 검으튀튀한 색깔의 예리한 첨봉처럼 보인다. 서쪽으로 백덕산, 거문산, 금당산이 스카이라인을 긋고 있다. 마랑치 고개는 영암사와의 고도차이가 50여미터정도밖에 되지 않아 백석산산행의 오르기는 영암사에 이르면 90%가 끝났다고 할 수 있다. 마랑치에 당도하여 산저쪽(동쪽)을 본다. 우선 놀라게 되는 것은 그곳부터 무슨 평지에 온 것처럼 산록이 완만해져 있고 시야에 들어오는 가리왕산-중봉, 중왕산, 그리고 백석산에서 흘러내려 골짜기로 묻히는 지능선 모두가 황소잔등처럼 밋밋하다는 점이 지금껏 올라온 산록의 급경사와 너무도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가리왕산은 지척에, 상원산-옥갑산의 긴 능선은 조금 더 멀리, 중왕산은 남으로 솟아있지만 평지에서 언덕을 보는 듯한 감을 주어 처음엔 실망감이 든다. 평지와 같은 산록엔 최근엔 새롭게 조림을 하려고 잡목을 베어낸 상태라 황량한 모습이어서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능선은 높이가 설악산의 공룡능선보다 높은 1300미터가 넘는 곳이다. 백적산-잠두산-백석산에서 가리왕산에 이르는 산괴의 동쪽은 오대천이 깊은 골을 파며 구절양장으로 흐르고 있다. 백석산을 즐겨오르는 산꾼들은 선이 길고 장대한 능선이 호방한 맛을 주기 때문에 찾을 것이다. 마랑치에서 정상까지는 1킬로 미터 정도되는 거리밖에 되지 않고 마랑치의 해발고도가 1300미터 정도이므로 정상(1364)까지의 오르기는 기껏 60미터안팎이어서 길은 평탄하기만 하다. 이 평탄한 산록에 조성된 낙엽송 숲에 조금씩 새잎이 돋아나고 있어서 숲은 갈색과 연초록의 중간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낙엽송숲에 봄이 오면 보기가 좋다. 유달리 잔가지가 많고 소나무이면서도 나목이 되어버린 낙엽송은 겨울엔 그 깡마른 모습이 화목처럼 보이는데 비해 봄이 와서 최초의 침엽이 돋아나면 동절기의 죽어 말라버린듯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침엽이 돋아나면 낙엽송 숲은 한동안 투명한 연초록빛 유리를 씌우고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느낌이 얼마나 신선한 것인지 봄철에 처음 푸른 잎을 내는 낙엽송 숲을 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마랑치를 넘어 왼쪽으로 보이는 능선봉은 정상이 아니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조망은 아름답다. 서쪽이 기암절벽이기 때문이다. 백석산정상은 그능선봉 아래를 지나 조금 내려간 뒤 다시 조금 올라가야 있다. 정상은 넓은 공터로 되어 있고 송신소 안테나가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풍부한 산나물

백석산 동쪽 산록의 5월 중순은 온통 복수초, 노랑제비꽃들이 화원을 이루고 곰취, 취나물이 낙엽층을 뚫고 다투어 자라는가 하면 박새가 넓은 잎을 피우기 위해 창끝처럼 날카로운 잎을 쑥쑥 위로 뻗치는 때다. 나물을 캐는 아낙네들, 등산을 하면서도 나물주머니를 찬 사람들이 비슷한 풀을 캐고는 그게 식용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풍경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노랑 제비꽃으로 가득한 풀밭화원에 서면 얼굴이 환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별처럼 빛나는 작은 꽃들이 푸른 초원을 수놓고 있는 수만평 크기의 천상화원을 본 적이 있는가? 세상의 어떤 부로도 이런 화원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1300미터 산록이라는 고원지대 산사면에 형성된 이 희귀한 화원은 백석산만이 아니라 얼마전에 올라간 가리왕산, 청옥산, 그리고 방태산에 이어 백석산에 다시 본다. 작년에 올라간 개인산에서도. 그러니 1000미터를 넘는 5월의 우리산들은 어디나 할 것 없이 요란한 천상의 화원이 되어 있는 셈이다. 5월이 되면 우리나라 높은 산 능선에는 그런 화원으로 수놓여 있다. 내려가는 길은 잠두산, 백적산으로 갈 수도 있고 마랑치골로 내려갈 수도 있으며 백석-잠두산 사이의 계곡인 마랑골로 내려갈 수도 있다. 동쪽으로 가는 길은 진부-정선간 405호 도로. 이 길은 포장된 도로이긴 하나 차편유무를 확인한 뒤 하산해야 할 것이다. 많이 이용하는 하산로는 잠두산에서 마평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마평에서는 쉽게 진부로 나갈 수 있다. 마평에서 진부까지는 10킬로미터이하의 거리이다. 백석산에서 잠두산으로 내려가다가 안부에서 던지골의 북쪽 계곡인 자각정이 있는 신리계곡으로도 하산할 수 있다. 6시간소요.

사진(맨위):던지골에서 본 백석산의 봄
마랑치에서 정상으로 가는 도중의 기암
사진(세번째):정상에서 내려다본 조망
사진(마지막):백석산의 천상화원, 얼레지와 노랑제비꽃


최저기온 13.6도. 최고기온 20도. 4월하순